[인터뷰] 김병국 전 농협중앙회 이사

김병국 전 농협중앙회 이사가 인터뷰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주현 기자]

“지난 40여 년을 농업 현장에서 조합원으로 때로는 농민 조합원으로 지내면서 다하지 못한 소임을 지금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책을 썼습니다. 영원한 농협맨으로 살아온 김병국의 꿈은 ‘잘 사는 농민, 살고 싶은 농촌, 함께 하는 농협’입니다.”

김병국(69) 전 농협중앙회 이사는 24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그간 농협맨으로 지낸 세월과 앞으로의 행보, 자서전 출판기념회 등에 대해 인터뷰를 가졌다. 고희(古稀)를 앞둔 그이지만 농업·농촌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꿈 많은 청년처럼 눈동자가 빛났다.

김 전 이사는 “과거 농촌은 아름다운 자연환경보다는 배고픔, 생필품 부족, 고리채 문제, 손발이 부르튼 고된 노동이 먼저 떠오를 만큼 농촌의 삶은 척박하고 어려웠던 것 같다”면서 “지금의 농촌은 후진국의 가난에서 오는 고통으로부터 해방됐으며 이런 변화를 가져온 것은 새마을 운동과 농협 운동의 역할이 컸다”고 판단했다.

특히 “농협이 전개한 저리의 상호금융, 염가의 생활물자, 영농자재 공급사업 등은 경제개발 초창기 농촌 문제 해결에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고된 노동과 햇볕에 그을린 농민의 주름과 곰 발바닥 같은 손을 맞잡고 농협 운동에 나선지 40여년이다. 참 많은 일을 했다고 자부하면서도 농촌의 현실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무겁다”면서 “농촌의 생활수준과 영농여건은 많이 향상됐지만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진지 오래”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농민들이 현대화된 주택에서 살고, 트랙터, 콤바인, 드론이 이용되는 기계화 영농이 정착됐지만 수입 농산물과 경쟁, 농산물 과잉생산에 의한 가격 폭락 등으로 농민의 삶은 예전보다도 불안정해졌다”러며 “농가소득은 여전히 도시민의 65% 수준에 머물러 있어 영농 후계자를 육성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게다가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지 이미 오래”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고희를 앞둔 나이지만 농민을 가슴에 안고 죽는 날까지 농업·농촌을 위한 마지막 몸부림을 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남은 새로운 삶을 설계하기 위해 농협 생활 40여 년의 여정일 정리해 자서전에 담았다”고 출판기념회 개최 취지를 밝혔다.

김병국 전 농협중앙회 이사가 자신의 자서전을 넘겨보며 지난날을 회상하고 있다. [사진=이주현 기자]

농업·농촌의 미래에 대해서도 전망했다.

김 전 이사는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는 새로운 시대에는 농촌을 젊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기회의 땅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줄어들고 빈곤화, 양극화, 노령화, 주택문제 등 도시문제가 커질수록 농촌의 위상은 새롭게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농촌의 새로운 희망을 꿈꾸며 다가올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와 연대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농촌을 향한 꿈을 포기할 수 없으며 많은 동지들이 함께 뜻에 동참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농업생산과 유통발전을 위해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그동안 정부는 생산기술 보급과 상품화 유통시설에 많은 지원을 해왔지만 실익은 농업인보다는 소비자나 유통기업이 많이 향유한 것 같다. 이러한 투자가 개방시대에 오히려 농산물 과잉생산과 농업인 간 경쟁을 유발했기 때문”이라며 “시설자원도 중요하지만 농산물 수급과 시장 출하를 조절할 수 있는 정책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화 시대에 농산물 수급과 관련된 정보의 생산·분산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김 전 이사는 “인터넷, GPS,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사회에서 생산·출하 예측 시스템과 전국 단위 품목별 생산·유통 지도를 만들어 생산과 출하의 집중을 방지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며 “나아가 국가별 식품 소비 정보를 분석해 전략적인 수출 품목과 농가를 육성, 수출 지향적인 생산을 확대해 국내 농산물 과잉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농가소득 보전을 위한 방안도 밝혔다.

그는 “농가소득보전을 위해 정부는 직접지불제, 재해보험, 농외소득정책, 농촌 관광, 6차 산업 육성 등 다양한 정책을 수행해 왔다. 2018년에는 쌀값의 큰 폭 상승으로 처음 농가소득이 4000만원을 넘었지만 도·농간 소득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농가소득에서 농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가 고도화됨에 따라 농가 구조도 변화하고 농민층이 다양하게 분해되고 있다”며 “예를 들어, 농업생산에서도 유통 농산물의 70~80%를 20~30%의 농가가 담당하는 파레토 법칙이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득정책도 농가구조의 변화에 맞춰 목표와 방향이 재정립돼야 한다. 결국 농업소득정책 대상의 농민은 20~30% 농가이며, 나머지는 농외소득과 복지정책의 대상이라 할 수 있다”며 “농가 연령, 농업생산 참여 정도, 소득 수준 등에 따라 소득보전정책의 대상과 목표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가 41년의 농협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조합장 취임 1주 만에 받았던 ‘합병 권유’였다고 답했다.

김 전 이사는 “취임하자마자 합병 권유 통보가 알아와서 제 꿈인 ‘잘 사는 농민, 살고 싶은 농촌, 함께 하는 농협’이 한순간에 날아갈 수 있다는 두려움에 앞이 깜깜했던 게 아직도 생생하다”면서 “합병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농업에 대한 열정과 간절함이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그 당시 임직원이 똘똘 뭉쳐 한 몸처럼 움직이지 못했다면 서충주농협은 이미 농협 지도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지금은 충북을 대표하는 으뜸농협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김병국 전 농협중앙회 이사가 걸어온 길

- 1951년 7월 충북 충주시 이류면 출생

- 1962년 2월 대소원초등학교 졸업(41회)

- 1965년 2월 주덕중학교 졸업(11회)

- 1968년 2월 국원고등학교 졸업(34회)

- 1978년 3월 농협 입사

- 1998년 2월 건국대학교 사회과학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 수료

- 1998년 2월~2019년 3월 서충주농협 조합장(10~14대, 5선)

- 2002년 4월~2019년 3월 농협대학 명예교수

- 2002년 7월~2004년 6월 농협중앙회 대의원

- 2002년 11월~2018년 12월 농협 하나로마트 선도조합 협의회 운영위원 겸 회장

- 2003년 3월 농협대학 협동조합 경영대학원 과정 수료(4기)

- 2007년 3월 농협경영대학원 원우회장(9기)

- 2007년 11월~2018년 3월 충북농협 조합장 협우회 회장

- 2008년 2월 농협대학 경영대학원 과정 수료(9기)

- 2013년 2월 대원대학 사회복지학과 졸업

- 2015년 6월~2019년 3월 농협중앙회 이사

- 2016년 5월~2019년 3월 농협중앙회 인사추천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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