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다툼에 국적 정체성까지
롯데그룹의 경영권 다툼으로 인해 반(反) 롯데 정서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반 롯데 정서는 최근 롯데그룹 불매운동으로 확산되는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국민들에게 반 롯데 정서를 촉발시키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롯데가 국내 5위의 대기업이지만 한국 기업인지 일본 기업인지 알 수 없는 정체성을 지녔다는 데 있다.
실제로 롯데 그룹 오너 일가를 살펴보면 이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경영권 다툼의 중심에 서 있는 신동주·동빈 두 아들은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와의 사이에서 출생했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랐다.
특히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공개한 아버지와의 대화 영상을 살펴보면 대화 자체가 일본어로 이뤄진다.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한국어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실제 발음은 일본어에 바탕을 두고 있다.
언어가 민족의 정서를 대변하는 척도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두 형제의 정서가 일본인에 가까울 수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꼭대기에 자리잡고 있는 광윤사, 한·일 롯데그룹을 지배하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들이 모두 일본인이라는 점은 사실상 롯데가 일본 기업임을 자인하는 셈이다.
오너 일가의 정체성 불투명, 일본인이 지배하는 구조 등은 국민들로부터 '롯데가 과연 한국 기업인가'라는 의구심을 들게 했으며 최근 반 롯데 정서 확산에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롯데 관련 기사에는 '롯데가 무늬만 한국기업', '너희 나라에 가서 싸워라' 등 부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댓글이 다수 달리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소비자원을 중심으로 롯데 불매 운동이 예고되기도 했다.
이와관련, 금융소비자원은 "롯데 사태는 국내 재벌의 비양심적인 작태를 드러낸 단면"이라며 "롯데 전 계열사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소비자원은 이어 "이번 롯데 사태를 계기로 재벌의 내부 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등 족벌적 경영문제를 뿌리뽑을 수 있도록 소비자들이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상황이 이러자 롯데 그룹은 반 롯데 정서 확산을 막기 위해 최우선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식품과 유통을 주력 계열사를 두고 있는 소비재 중심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소비자들의 불매 움직임은 기업 경영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하반기에 실시될 면세점 사업권 재입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도 존재한다.
불매운동 확산 등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오너가 고개를 숙이기도 했으며 그룹차원에서는 비상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3일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롯데는 일본기업인가. 한국기업인가'를 묻는 질문에는 "롯데는 한국기업이다. 95% 매출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말했다.
그룹차원에서는 4일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단이 긴급 회의를 갖고 집안 단속에 나선다. 이날 주요 계열사 사장단은 조직 재정비와 함께 싸늘한 여론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 모색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