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읽기 (2)

이상주의자로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철학은 플라톤과 거의 흡사합니다. 플라톤과 마찬가지로, 그는 지배와 피지배를 정당화하고 정치적 지위와 권한을 배분하는 정의로운 기준으로 ‘탁월함’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과 마찬가지로, 정치는 그에 합당한 지적․윤리적 탁월함을 갖춘 자가 수행하는 것이 정의로운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다만 그는 시민들은 그러한 탁월함을 완벽하게 갖거나 완벽하게 갖지 않았는지로 양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종류 혹은 정도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므로 그 종류와 정도에 ‘비례하여’ 정치적 지위와 권한이 배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합니다. 탁월성에 비례하여 정치적 몫을 배분하는 것은 아리스토텔레스의 광의의 정의의 원칙인 ‘비례성의 원칙’의 한 범주입니다. 그래서 ‘탁월성’을 기준으로 한 ‘비례성의 원칙’은 현실주의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공학의 제1의 원칙이 됩니다.

▲ 구스타프 아돌프 작, '아리스토텔레스 학당'.

‘비례’, 아리스토텔레스 정치공학의 제1 원칙

평등에는 두가지가 있는데, 한 가지는 수(數)에 따른 평등이고, 다른 한 가지는 가치(價値)에 따른 평등이다. 수에 따라 평등이란 양이나 크기에서 동일하고 평등한 것을 의미하고, 가치에 따른 평등이란 비례(比例, logos)에서 동등한 것을 의미 한다……사람들은 절대적 정의는 가치에 따른 정의라는 데는 동의(한다)

올바른 배분이란 주어진 사물의 상대적 가치가 받는 사람들의 상대적 가치에 상응하는 배분이다……이름만 국가가 아니라 명실상부한 국가라면 시민들의 탁월함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추론할 수 있다……국가 공동체가 존재하는 것은 모여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훌륭하게 활동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다. 따라서 그런 공동체에 가장 많이 기여하는 자가 자유와 신분에서는 같거나 더 우월하지만 정치적 탁월함에서는 더 열등한 자들보다, 또는 부에서는 더 우월하지만 탁월함에서는 뒤처지는 자들보다 국가에서 더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이다. 

모든 학문과 기술의 궁극적인 목적은 선(agathon)이다. 이점은 모든 학문과 기술의 으뜸인 정치에 특히 많이 적용되는데, 정치적 선은 정의이며, 그것은 곧 공동의 이익이다. 다들 정의는 평등이라고 생각한다……그들은 정의는 특정한 사물들을 특정한 사람들에게 배분하는 것을 조정하며, 평등한 사람들에게는 평등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무엇에서 평등 또는 불평등인가 하는 점이다……정치에서도 이런 저런 불평등을 내세워 공직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 분명 합리적이다. 누구는 빠르고 누구는 느리다고 해서 그것이 누구는 더 많이 갖고 누구는 더 적게 가질 이유는 못된다. 더 빠른 사람이 상을 받는 곳은 육상경기대회다. 공직을 요구하는 자들은 국가존립에 필요한 부문들에서 서로 경쟁해야 한다. 따라서 명문자제들이나 자유민이나 부자들이 공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가는 전적으로 노예들만으로 구성될 수도 없지만, 전적으로 빈민들만으로는 더더구나 구성될 수 없다. 그러나 부와 자유민 신분이 필요하다면 정의감과 전사로서의 탁월함도 필요하다. 국가는 부와 자유민의 신분 없이는 존립할 수 없고, 정의감과 전사로서의 탁월함 없이는 잘 다스려질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떠한 일이나 결과에 대한 가치 즉 각자의 기여나 공과(功過)에 비례하여 각자의 몫(권력, 공직, 재산, 명예, 평판 등)이 정해져야 하고, 기여나 공과에서 동등한 사람들 간에는 동등하게, 동등하지 않는 사람들 간에는 동등하지 않게 몫을 배분하여야 정의롭다는 것으로, 정치에서는 정치적 탁월성을 갖추어 공동체(공동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는 자나, 정치적 탁월성으로 공동체에 많은 공적을 세운 자가 정치적으로 더 높은 지위와 더 많은 권한을 갖는 것이 옳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어떠한 기준으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그들이 동등한지 여부도 기여와 공과의 인정 여부도 달라질 것입니다. 모두가 탁월성이라는 기준에도 동의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정체가 생겨난 것은 정의가 비례적 평등에 있다는 데에는 다들 동의하면서도, 앞서 말했듯이, 그것을 성취하는데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민주정체는 어떤 한 가지 점에서 평등한 자들은 절대적으로 평등하다는 생각에서 생겨났다. 그들은 모두가 자유민인 만큼 모두가 절대적으로 평등하다고 주장한다. 한편 과두정체는 어떤 특정한 점에서 불평등한 자들은 모든 점에서 불평등하다는 생각에서 생겨났다. 그들은 자신들이 재산에서 불평등한 만큼 모든 점에서 불평등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그밖에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이런 불평등 때문에 동등한 몫으로 만족하려 하지 않는 자들도 있다. 선조들에게서 탁월함과 부를 물려받은 자들은 대개 귀족으로 간주되기에 하는 말이다. 대체로 이런 것들이 파쟁의 근원이자 원천이며, 이로 인해 파쟁이 발생한다

그는 이러한 서로 다른 기준의 차이가 정치적 대립과 분쟁의 핵심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기준에 차이에 따른 대립과 분쟁을 피할 수 있을까요? 그가 내놓은 해결책은 각 기준의 ‘혼합’입니다. 그 핵심은 과두적 요소와 민주적 요소를 절충하는 것입니다.

▲ 아리스토텔레스.

‘혼합’, 그의 정치공학의 제2 원칙

사람들은 절대적 정의는 가치에 따른 정의라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앞서 말했듯이 실제로는 의견을 달리한다. 어떤 자는 자신들이 어떤 한 가지 점에서 평등하면 모든 점에서 평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자들은 자신들이 어떤 한 가지 점에서 불평등하면 모든 점에서 불평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그러나 전적으로 둘 중 한 가지 종류의 평등에 따라 정체를 구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수적 평등을, 다른 경우에는 비례적 평등을 적용해야 하는 것이다.

모든 국가는 질(質)과 양(量)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질이란 자유, 부, 교육, 좋은 가문을, 양이란 대중의 수적 우위를 뜻한다……질과 양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에서, “과두적 요소와 민주적 요소를 혼합할 때는 양 요소를 모두 포함하되 어느 쪽 요소를 반영한 것인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하라”, “중간계급이 혼합정체를 지속시키는 안정적 기반이 되므로 중산층을 육성하라”, “보다 많은 계층을 포섭하되 순차적으로 열등한 최하층을 배제하여 나가라”, “정체의 지속은 대다수가 그 정체의 지속을 원해서가 아니라 다른 정체를 원하지 않는 데에 있다”, “부자가 빈민에게 부당한 짓을 하면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민주정체는 늘 부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여야 하고 과두정체는 늘 민중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같은 정체는 누구는 과두정체라 하고 누구는 민주정체라고 한다면 가장 잘 혼합된 것이다” 라고 하는 등 혼합을 추구하는 정치가들에게 여러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그의 탁월한 현실 정치 감각은 흡사 마키아벨리(Niccolò Machiavelli, 1469∼1572)를 연상케 합니다.

현실주의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선택한 ‘과두정 요소와 민주정 요소간의 혼합’ 혹은 ‘혼합정체’는, 한편으로는 현실에서 대립하고 갈등하는 과두파와 민주파간의 타협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고, 한편으로는 지적․윤리적 엘리트들을 통한 정치적 탁월성을 달성하면서 동시에 대중 대다수의 지지를 확보하여 정치적 안정을 확보하려는 그의 현실주의적인 정치기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자신의 이상주의적 결론과 무관한 현실주의적 절충과 타협이 산물만은 아닙니다. 이는 이상주의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치적 지위와 권한의 이상적 배분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는 ‘탁월성의 원칙’과도 연계되어 있습니다. 이상주의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과 마찬가지로, 정치는 그에 합당한 지적․윤리적 탁월함을 갖춘 자가 수행하는 것이 타당한데, 다만 자유민일지라도 최소한의 탁월함은 모두 갖추고 있으므로, 그 정도의 차이에 비례하여 정치적 지위와 권한을 차등 배분하는 것이 정의롭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가 현실주의적 대안으로 제시하는 ‘과두정 요소와 민주정 요소간의 혼합’은 바로 이러한 ‘탁월성’에 기초한 ‘비례성의 원칙’의 실현이기도 합니다. 

▲ 아리스토텔레스 동상.

 

아리스토텔레스의 현실적 결론은 플라톤의 그것

이상주의자 아리스토텔레스의 결론(‘탁월성의 원칙’)이 플라톤의 이상적 결론과 거의 동일한 것처럼, 놀랍게도 현실주의자 아리스토텔레스의 결론도 플라톤의 현실적 결론과 거의 동일합니다. 전회에 살펴본 것처럼, 후기저작인 ≪정치가≫와 ≪법률≫을 통하여 ≪국가≫에서의 이상적인 철인왕국을 대신할 현실적인(차선의) 이상정부를 모색한 플라톤이 다다른 결론도 ‘과두정과 민주정의 혼합’입니다.

그들은 지적․윤리적 탁월함을 갖춘 엘리트들이 정치를 전담하거나(플라톤의 ≪국가≫의 결론) 그들이 높은 정치적 지위를 갖거나 주요한 정치적 권한을 갖는 것(플라톤의 후기저작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의 결론)이 이상적인 정치체제라고 주장합니다. 후자의 정치적 이상에 따르면 그것은 현실적으로 과두적 요소와 민주적 요소의 혼합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지적․윤리적 탁월함을 갖춘 소수가 주요한 정치적 지위와 권한을 갖고(과두적 요소), 그렇지 못한 절대 다수는 정치적으로 하찮은 지위와 권한에 만족해야(민주적 요소) 할 것입니다. 

그러면 후기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하는, ‘탁월함에 비례하여 정치적 권한과 지위를 차등 배분’하거나 ‘과두적 요소와 민주적 요소를 혼합’하는 현실적인 제도와 수단을 어떠한 것일까요?

플라톤은 자신의 후기 저작에서 현실적인 최선의 정부를 구상하면서, 민회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대표나 공직자의 선출을 거의 모두 선거에 의존하는 체제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는 민회의 기능을 단순한 선거 기능에 한정하고, 모든 공직자는 여러 차례에 걸친 단계적 선거로 선출하도록 하고, 주요한 공직자는 시민들을 재산 규모에 따라 4계급으로 나누어 이들 4계급에 전체 주요공직자 정족수의 1/4씩을 할당하여 각각 선출토록 하고(하층계급은 절대다수임에도 그들의 대표는 1/4로 고정되어 있어 언제나 과소 대표됨), 나아가 상층계급에게는 투표에서 기권하거나 회의에 불출석하는 경우 벌과금을 부과하고 하층계급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는 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민회의 권한 축소, 선거제도의 활용, 여러 단계에 걸친 선거, 계급별 대표 할당, 상층계급에만 불참시 벌금 부과 등은 명백히 귀족과 부유층의 정치적 주도권을 위한 것으로, 플라톤의 親귀족적(과두적) 의도를 충분히 읽을 수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조차 ≪정치학≫에서 플라톤의 이러한 구상은 지나치게 과두정에 기운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보다 현실적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제대로 혼합된 혼합정체는 민주정체의 요소와 과두정체의 요소를 모두 포함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동시에 그중 어느 쪽 요소도 포함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대중들이 입헌자(혼합을 추구하는 정치인)의 親귀족적(과두적) 의도를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교묘하고 이리저리 얽혀 복잡한 혼합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다만 그가 제시하는 보다 교묘한 방법이라는 것도, 아래에서 보듯 사실 대부분 플라톤이 구상한 것들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하는 혼합의 방법은   

혼합의 방법은 3가지가 있다. 첫째 방법은 민주정체의 법규와 과두정체의 법규를 동시에 받아들이는 것이다. 예컨대 재판업무에 관해 말하자면 과두정체에서는 부자가 법정에 배심원으로 출석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하고 빈민은 배심원으로 출석해도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민주정체에서는 빈민이 출석하면 수당을 주고 부자는 출석하지 않아도 벌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이 둘을 결합하는 것이 혼합정체의 특징이다……두번째 방법은 두가지 상이한 법규의 평균 또는 중간을 취하는 것이다. 예컨대 민주정체에서는 민회에 참석하는데 재산 자격 요건을 전혀 요구하지 않거나 낮은 요건을 요구하지만, 과두 정체는 높은 요건을 요구하는데 혼합정체는 양자의 중간을 취한다. 세번째 방법은 일부는 과두정체의 법규에서 일부는 민주정체의 법규에서 취하는 것이다. 예컨대 공직자를 추첨으로 임명하면 민주정체로 선거로 임명하면 과두정체로, 또 재산 자격 요건이 없으면 민주정체로 있으면 과두정체로 간주된다. 혼합정체는 예컨대 과두정체에서는 공직자 선출 법규(선거)를 취하고, 민주정체에서는 재산 자격 요건을 무시하는 법규를 취한다. 

오늘날 진정한 의미에서 민주적이라고 간주되고 있는 유형의 민주정체……에서 심의기구를 개선하자면 과두정체의 법정에 관한 관행을 도입하는 것이 유익하다……과두정체에서는 배심원으로 출석하는 것이 바람직한 자들에게 결석시 벌금을 부과함으로써 출석을 강요하는데, 민주정체가 이런 관행을 민회에 적용한다면 유익할 것이다……심의기구의 구성원이 여러 계층에서 동수로 투표 또는 추첨에 의해 선출된다면 그것 또한 유익할 것이다. 그리고 시민들 가운데 민중의 수가 훨씬 더 많은 경우에는 출석했다고 해서 그들 모두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대신, 귀족의 수와 같은 수에게만 지급하거나 귀족의 수를 초과하는 인원을 추첨으로 배제하는 것이 유익하다.

실제로 몇몇 민주정체에서는 대중이 공직자 선출에 참가하지 못하고, 만티네이아에서처럼 전 시민가운데 번갈아 선출된 자들만이 공직자 선출에 참가한다 하더라도 심의권만 주어지면 그것으로 만족한다……이런 이유로 이런 민주정체에서는 전 시민이 공직자를 선출하고 감사하고 법정의 배심원이 되지만, 고위 공직자들은 재산 자격 요건에 근거하여 선출하거나 아니면 공직 취임에 재산 자격 요건이 필요하지 않을 경우 능력이 있는 자들에게 공직을 배분하는 것이 유익하기도 하거니와 관행이기도 하다. 그런 정체를 가진 국가는 잘 다스려질 수밖에 없다. 공직에는 언제나 가장 훌륭한 자들이 취임하고, 민중은 이에 동의하며 능력 있는 자들을 시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능력 있는 저명인사들도 자기들보다 못한 다른 사람들의 지배를 받을 필요가 없어 이런 체제에 만족할 것이다. 또한 그들은 자기들을 감사할 권한이 다른 사람들에게 있는 만큼 올바로 통치할 것이다……이런 유형의 민주정체가 최선이라는 것은 명백하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도 명백하다

그들의 혼합의 키워드, ‘재산’과 ‘선거’

플라톤이나 그보다 교묘한 아리스토텔레스나, 그들이 제시하는 혼합의 핵심 키워드는 ‘재산과 선거’입니다. 그들의 주장의 핵심은 모든 시민들에게 기초적 정치적 권리를 부여하되 그것을 단순한 심의나 선거권능에 한정하고, 주요한 정치권 지위와 권한은 재산 자격 요건을 부과하거나 선거라는 선출절차를 거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재산과 선거’를 활용한 ‘탁월함에 비례하여 정치적 권한과 지위를 차등 배분’ 혹은 ‘과두적 요소와 민주적 요소의 혼합’. 그렇다면 그것의 현실적 의미는 무엇일까요?

당대의 아테네는 모든 시민이 동등하고 평등하게 정치적 지위와 권리, 권한을 갖는 민주정체였습니다. 나아가 그들은 그러한 정치적 평등을 보다 확실히 구현하기 위하여 모든 시민이 동등하게 참여하고 발언하고 투표할 수 있는 ‘민회’제도를 도입하고, 모든 시민이 등등하게 공직을 맡고 대표가 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추첨’제도를 광범위하게 도입하였습니다.

위대한 교사들은 아테네 시민의 동등한 정치적 권리와 권한에 반대하여 ‘재산’의 규모로 차등을 두어야 하고, 모든 시민의 동등한 정치적 기회에 반대하여 ‘선거’로서 이를 제한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선거제도 자체의 과두적․反민주적 본질에 대하여는 2회 뒤에 살펴보겠습니다). 결국 위대한 교사들의 탁월함에 비례한 위계나 과두와 민주의 혼합이라는 정치기획은 이러한 현실의 아테네 민주정체에 대한 부정이며, 민주정체 이전의 과두정체로 또는 그 이전의 고대의 전제군주정체로의 반동적 쿠테타를 도모하는 것입니다.

▲ 솔론(Solon).

그들의 도착점에 솔론(Solon)이 있다 

우리는 고대 아테네의 역사에서 그러한 위계와 혼합을 시도한 현실정치인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바로 솔론(Solon, BC 640~560?)입니다. 솔론은 위대한 교사들보다 2세기 전에, 전통적 귀족과 성장하는 시민들간의 계급갈등을 봉합하기 위하여 정치개혁을 단행하였습니다. 그는 신분과 재산을 기준으로 시민들을 4계급으로 나누어 제1․2계급인 귀족과 부유층에게는 고위공직자, 제3계급인 중간 농민층에게는 하위공직자, 제4계급인 육체노동자에게는 단순히 민회와 재판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차별적으로 부여하는 헌법을 제정하였습니다. 정치적 지위와 권리 권한을 차등적으로 부여하여, 일반 시민에게도 정치적으로 평등하게 취급될 권리를 부여하되, 주요한 정치권력과 지위는 귀족과 부유층만이 갖는 신분적․계급적․위계적 국가체제를 도모하였던 것입니다.

그나마 솔론의 개혁은 솔론 본인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솔론 자신은 귀족 출신으로 민주주의자는 아니었습니다), 非민주적 현실에서 민주적 이상을 향하여 출발하는 역사적 계기가 되었습니다(이에 대하여는 플라톤의 ≪국가≫ 읽기에서 설명하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당대의 민주적 현실마저 부정하고 민주주의 이전의 역사로 되돌아가려했던 위대한 교사들의 反민주적 의도보다는 나았다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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