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가 넘친다

―한 마리 개가 짖으니
온 동네 개가 따라 짓네.
사회를 분열시키는 작태는
마땅히 버려야 합니다.
꿈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옛날 중국 위(魏)나라 혜왕(惠王·BC400~319) 때 이야기입니다. 위나라 태자가 조(趙)나라에 인질로 가게 되자 혜왕은 중신 방총(龐蔥)에게 태자를 수행하게 합니다. 중책을 맡은 방총은 조나라로 떠나기 전 혜왕에게 특별히 간청했습니다.

“전하, 만약 어떤 사람이 나타나 지금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그게 말이 되는가? 당연히 믿지 않지.” “그런데 또 한사람이 같은 말을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아니오. 그래도 믿지 않겠소.” “그럼 세 번째 사람이 똑같은 말을 하면 어쩌시겠습니까?” 혜왕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세 사람이 같은 말을 한다면 그야 믿을 수밖에 없겠지.”

그러자 방총이 말했습니다. “전하, 저잣거리에는 호랑이가 없음에도 세 사람이 입을 모아 같은 말을 하면 호랑이가 나타난 것이 됩니다. 소신이 조나라로 떠난 뒤에 사람들이 이런 저런 얘기를 할 것입니다. 간절히 바라옵건대 그들의 헛된 말에 현혹되지 말아주옵소서.”

아니나 다를까, 방총이 떠난 후 많은 이들이 그에 대해 이런 저런 험담을 고해 바쳤습니다. 거듭되는 비방에 결국 혜왕의 믿음은 흔들렸고, 나중에 태자가 인질에서 풀려나 위나라로 돌아올 때 방총은 함께 오지 못했습니다. ‘한비자(韓非子)’에 실려 있는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글 내용입니다.

세 사람이 같은 말을 하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 진다는 이 고사(故事)는 “거짓말도 여러 사람이 되풀이 말하면 진실처럼 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증삼의 어머니가 베를 짜고 있었습니다. 그때 이웃 사람이 달려와 “증삼이가, 사람을 죽였어요!”하고 소리쳤습니다. 어머니는 “그럴 리가 없다”며 놀라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했습니다. 평소 아들의 착한 심성을 믿고 있던 어머니는 살인 소식을 곧이듣지 않았습니다.

조금 뒤 다른 사람이 찾아와 “증삼이가 살인을 저질렀습니다”하고 고했습니다. 어머니는 조금 미심쩍었지만 “설마?”하고 계속 베를 짰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사람이 오더니 “증삼이 사람을 죽였대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어머니는 그제 서야 “아니, 내 아들이 사람을 죽여?”하고는 베틀에서 일어나 허둥지둥 관가로 달려갔습니다.

증삼(曾參)은 공자의 제자로 이름이 높았던 증자(曾子)의 젊었을 때 본명입니다. 그는 학문만이 아니라 평생 어머니를 극진히 모신 효자였는데 마을에는 이름이 같은 또 한사람의 증삼이 있어 그가 살인을 한 것을 사람들이 잘못 알고 어머니에게 전했던 것입니다. ‘증삼의 살인’으로 전해오는 고사입니다.

인터넷 전성시대를 맞아 사회가 온통 정보의 홍수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 킨 드넓은 공간을 통해 사람들은 만능에 가까운 소통의 편리함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지구촌 어디에서든 같은 시간에 같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니, 불과 몇 십 년 전만해도 상상도 할 수 없던 꿈만 같은 일입니다.

예전에야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입에서 입으로 옮겨지는 게 고작이었으니까, 눈 깜짝 할 순간에 오고 가는 이 엄청난 정보야말로 과거의 관념으로 본다면 신출귀몰(神出鬼沒) 뺨친다 해도 그른 말은 아닐 듯싶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소통이 원활해지면서 온갖 정보들이 차고 넘쳐나 그 편리함은 가히 감탄 할 정도이지만 사실(Fact)이 아닌 가짜뉴스(Fake news)가 함께 횡행한다는 점입니다. 설명이 필요 없이 가짜뉴스는 사람들의 흥미와 본능을 자극하여 시선을 사로잡는 ‘황색언론(Yellow journalism)’의 한 형태입니다.

지난 3일 광주 서구 5·18 기념재단 고백과 증언센터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왜곡 방송 및 가짜뉴스 모니터링 결과보고회’에서 유민지 민주언론시민연합 부장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광주=NEWSIS

유튜브, 페이스북, 카톡에 더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1인방송 까지 가세해 전방위로 무한정 퍼져나가는 가짜뉴스는 진짜뉴스보다 훨씬 더 빨리, 널리, 멀리 전파되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언론자유가 무한정 보장되다보니 그 영향력의 대단함을 우리는 현실에서도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무한한 편의성이 있는가 하면 부정적 측면의 역기능 또한 사회를 어지럽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자유한국당의 전당대회를 계기로 일부의원들에 의해 제기된 1980년 5월 광주민주항쟁 때 북한 특수부대 600명이 잠입해 폭동을 일으켰다는 주장은 그러잖아도 조용한 날이 없는 우리 사회를 다시 한 번 혼란하게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사건은 이미 2002년, 그리고 2008년, 2013년 법정에서 사실이 아닌 가짜뉴스로 판명이 됐고 법적제재까지 받은 김빠진 구문(舊聞)입니다. 그런데 다시 불을 댕겨 청개구리처럼 와글와글 논쟁을 벌이는 것은 아무래도 정치적 후진성을 빼놓고는 이해할 수 없는 해프닝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지금 우리나라국민들 가운데 진짜뉴스와 가짜뉴스를 구별하는 사람이 2%미만이라는 조사결과입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17년 인터넷에 유포된 진짜와 가짜를 섞어 남녀성인 108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여론조사를 한 결과 진짜뉴스와 가짜뉴스를 완벽하게 구별한 응답자는 1.8%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하긴 한국 사람들은 신문을 무조건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녁 술자리에서 옳으니, 그르니 핏발을 세우고 말싸움을 벌이다가도 “신문에 났어, 인마!”하면 시비를 멈추는 것이 보통입니다. 언론에 대한 무조건 적인 신뢰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 할 정도입니다. 그러기에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언론 중재위원회에 따르면 2017 한해 허위보도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접수된 신청건수가 3230건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광우병 촛불시위, 천안함 폭침, 세월호 사고, 탄핵 촛불시위, 지방 선거, 총선거, 대통령선거 등 각종선거가 있었을 때 특히 가짜뉴스가 대폭 늘어난 것도 시사하는 바 크다고 하겠습니다.

최근 유튜브를 통해 돌아다니는 문재인 치매설, 북한의 국민연금 200조원 요구설, 쌀 200만 톤 북한 지원 설, 서해북방한계선 포기 설, 전용기 태극기 미부착설, 북한의 박근혜 탄핵 지령설, 노회찬 타살 설 등의 허무맹랑한 음모론 등 가짜뉴스들이 인터넷을 통해 꼬리를 물고 유포됐었습니다. 모두 허위로 밝혀진 것들입니다.

일견폐형(一犬吠形) 백견폐성(百犬吠聲)입니다. 한 마리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니 백 마리 개가 따라 짖는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입니다. 1980년 군사독재시대의 음습한 ‘카더라통신’은 이제 버려야 합니다. 지금은 21세기입니다. 아직도 과거의 망상에 젖은 이들은 하루 빨리 깨어나야 합니다. 국민을 분열시키고 사회를 혼란하게 하는 나쁜 습성은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 마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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