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비를 주소셔

조명희

 

순실(純實)이읍는 이나라에

압픔과 눈물이 어대잇스며

눈물이읍는 이백성에게

사랑과 의(義)가 어대잇스랴.

주(主)여! 비노니 이ᄯᅡᆼ에

비를주소서 불비를주소서!

타는불속에서나

순실(純實)의ᄲᅧ를 차자볼가

썩은잿덤이위에서나

사랑의씨를 차자볼가.

 

‘읍는/없는’의 ‘없다’는 ‘어떤 사실이나 현상이 현실로 존재하지 않는 상태이다.’의 뜻이다. ‘-는’은 ‘있다, 없다, 계시다’의 어간, 동사 어간 또는 어미 ‘-으시-, -겠-’ 뒤에 붙어, ‘앞말이 관형어 구실을 하게 하고 이야기하는 시점에서 볼 때 사건이나 행위가 현재 일어남’을 나타내는 어미이다. 예문으로는 ‘바로 그때 닭이 우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는 종일 하늘에 떠가는 구름만 보고 있다.’ 등이 있다.

‘압픔/아픔’의 ‘아프다’는 ‘몸의 어느 부분이 다치거나 맞거나 자극을 받아 괴로움을 느끼다.’의 의미이다. 변천 과정은 ‘아프다<아다<알다<석상>←앓-+--’이다.

‘잇스며/있으며’의 ‘있다’는 ‘어떤 사실이나 현상이 현실로 존재하는 상태이다.’의 뜻이다.

*‘있다’는 동사와 형용사로 쓰인다. 동사 ‘있다’는 ‘있는다’, ‘있어라’, ‘있자’로 활용을 하며 높임말로는 ‘계시다’를 쓴다. 형용사 ‘있다’는 높임말로 ‘있으시다’를 쓴다.

‘불비’는 ‘비가 퍼붓듯이 쏟아지는 불덩어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예문으로는 ‘적의 머리 위로 포탄이 일제히 불비를 퍼부었다. 이글이글 끓는 불꽃이 불비 내리듯 적의 장갑차 위로 떨어진다.≪박종화, 임진왜란≫’ 등이 있다.

‘잿덤이/잿더미/재더미’의 ‘잿더미’는 ‘재가 쌓인 더미.’를 일컫는다. 예문으로는 ‘후성이가 부지깽이로 아직도 이글거리는 잿더미를 쑤셔서 군밤을 찾아냈다.≪박완서, 미망≫’가 있다.

한글 맞춤법 제30항 사이시옷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받치어 적는다.

1. 순 우리말로 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 (1)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것으로 예를 들면, ‘고랫재, 귓밥, 나룻배, 냇가, 댓가지, 뒷갈망, 맷돌, 머릿기름, 모깃불, 못자리, 바닷가, 뱃길, 볏가리, 부싯돌, 선짓국, 쇳조각, 아랫집, 우렁잇속, 잇자국, 조갯살, 찻집, 쳇바퀴, 킷값, 핏대, 햇볕, 혓바늘’ 등이 있다. ‘재+더미[재떠미]’로 분석할 수 있다. ‘더미’는 ‘많은 물건이 한데 모여 쌓인 큰 덩어리.’를 일컫는다. 예문으로는 ‘두엄 더미. 아랫목에 쌓아 둔 더미 속에서 메주 뜨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박경리, 토지≫’ 등이 있다. 그러므로 ‘잿더미’로 적어야 한다.

‘차자볼가/찾아볼까?’의 ‘찾아보다’는 ‘어떤 사람과 관련된 곳으로 가서 그 사람을 만나다.’의 뜻이다. 예문으로는 ‘그는 누구 하나 찾아보는 사람이 없는 처량한 신세였다. 춘우가 영숙의 남편이 시골로 내려간 틈을 타서, 영숙 어머니를 찾아보러 가는 것이 일부러 그러한 것이 아니지만, 춘우의 마음에는 그의 남편이 옆에 있는 것보다도 없는 것이 좋았다.≪나도향, 어머니≫’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찾아보다<자보다<두시-초>←-+-아+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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