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못 견데여 하노라

조명희

 

반기던그대 머러지고

머러진그대 그리읍거늘,

이를다시 슬허하옴은

내마음 나도모르거니,

ᄭᅩᆺ이야지거라마는 물이야흘르거라마는

이마음부닷칠곳읍슴을 내못견데여하노라.

 

‘머러지고/멀어지고’의 ‘멀어지다’는 ‘서로의 사이가 다정하거나 가깝지 않고 서먹서먹하게 되다.’의 뜻이다. 예문으로는 ‘사소한 의견 차이로 친구끼리 멀어졌다. 주로 당시 정권에서 멀어져 있던 남인 학자들에게 학문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한무숙, 만남≫, 땜장이 딸하고도 자연히 멀어졌고….≪박완서, 엄마의 말뚝≫’ 등이 있다.

‘슬허하옴은/슬퍼하옴은’의 ‘슬퍼하다’는 ‘어떤 일, 사실 따위를 슬프게 여기다.’의 의미이다. 예문으로는 ‘그는 성실하고 공순하며 소소한 소사(小事)에 슬퍼하고 기뻐하는 인물이었다.≪현진건, 빈처≫ 신라의 중 의상을 사모한 당나라의 선묘가 이별을 슬퍼하여 떠나는 배를 바라보다 바다에 몸을 던졌고….≪박경리, 토지≫’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슬퍼하다<슬퍼다 <동신>←슳-+-브-+-어+-’이다.

‘지거라마는’의 ‘-마는’은 종결 어미 ‘-다, -냐, -자, -지’ 따위의 뒤에 붙어, ‘앞의 사실을 인정을 하면서도 그에 대한 의문이나 그와 어긋나는 상황 따위’를 나타내는 보조사이다. 예문으로는 ‘영화를 보고는 싶지마는 시간이 안 난다. 언젠가는 하도 갑갑해서 자를 가지고 덤벼들어서 그 키를 한번 재 볼까 했다마는 우리는 장인님이 내외를 해야 한다고 해서 마주 서 이야기도 한마디 하는 법 없다.≪김유정, 봄봄≫’ 등이 있다.

‘흘르거라마는/흐르거라마는’의 ‘흐르다’는 ‘액체 따위가 낮은 곳으로 내려가거나 넘쳐서 떨어지다.’의 뜻이다. 예문으로는 ‘물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른다. 우리 동네를 지나가는 시냇물은 바로 강 하류로 흐르고 있다.’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흐르다<흐르다<석상>/흐다<두시-초>’이다.

‘부닷칠/부닥칠’의 ‘부닥치다’는 ‘어려운 문제나 반대에 직면하다.’의 의미이다. 예문으로는 ‘재개발 계획은 주민들의 반대에 부닥쳐 무산되었다. 적진 중에 낙오된 상태에서 오 대위는 뜻하지 않은 또 하나의 상황과 부닥쳤다.≪홍성원, 육이오≫’ 등이 있다.

‘부닷칠∨곳’의 ‘곳’은 ‘공간적인 또는 추상적인 일정한 자리나 지역.’을 뜻한다. 예문으로는 ‘저 여자는 아무 데도 의지할 곳이 없다. 일이 일어난 때와 곳을 생각하며 소설을 읽는다.’ 등이 있다.

‘읍슴을/없음을’은 ‘없다’이다. ‘을’은 받침 있는 체언 뒤에 붙어, ‘동작이 미친 직접적 대상’을 나타내는 격 조사이다.

*‘목적격조사(目的格助詞)’는 ‘문장 안에서, 체언이나 체언 구실을 하는 말 뒤에 붙어 목적어 자격’을 가지게 하는 격 조사이며, ‘을/를’이 있고, ‘대격 조사ㆍ부림자리토씨’라고도 한다.

‘견데여/견디어’의 ‘견디다’는 ‘사람이나 생물이 어려운 환경에 굴복하거나 죽지 않고 계속해서 버티면서 살아 나가는 상태가 되다.’의 뜻이다. 예문으로는 ‘아무리 추워도 북극 동물들은 잘 견딘다. 조선은 몇 년 내 기근이 겹쳐 있었고 학정에 견디지 못하여 각지에 민란이 일어나고 왕조는 쇠약하여 국경을 방비할 만한 군사도 없었다.≪유현종, 들불≫’ 등이 있다.

저작권자 © 충청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