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無題)

조명희

 

주(主)여!

그대가 운명(運命)의저(箸)로

이 구덕이를집어 세상에드러트릴제

그대도 응당 모순(矛盾)의한숨을쉬엿스리라

이모욕(侮辱)의탈이 ᄯᅡᆼ위에나둥겨질제

저 맑은햇빗도 응당 ᄶᅵᆼ그렷스리라.

오오이더러운몸을 엇지하여야조흐랴/이더러운피를 엇다가흘녀야조흐랴

주(主)여 그대가만일 영영버릴물건일진대

차라리 벼락의영광(榮光)을주겟나잇가

벼락의영광(榮光)을…

 

‘구덕이/구더기’의 ‘구더기’는 ‘파리의 애벌레’이며, 차차 자라 꼬리가 생기고 번데기가 되었다가 파리가 된다. 예문으로는 ‘텅 빈 하얀 방의 네 벽과 천장과 바닥이 온통 구더기로 뒤덮여 꿈틀거렸고….≪안정효, 하얀 전쟁≫ 아홉 가구에 도무지 네 개밖에 없는 쓰레기통 속에서는 언제든지 구더기가 들끓었다.≪박태원, 골목 안≫’ 등이 있다.

한글 맞춤법 제19항 어간에 ‘-이’나 ‘-음/-ㅁ’이 붙어서 명사로 된 것과 ‘-이’나 ‘-히’가 붙어서 부사로 된 것은 그 어간의 원형을 밝히어 적는다. 다만, 어간(語幹)에 ‘-이’나 ‘-음’이 붙어서 명사로 바뀐 것이라도 그 어간의 뜻과 멀어진 것은 그 원형을 밝히어 적지 아니한다. 예를 들면, ‘굽도리, 다리[髢], 목거리[목病], 코끼리, 거름[肥料], 고름[膿]’ 등이 있다. 그러므로 ‘구더기’로 적어야 한다.

‘드러트릴/들어트릴’의 ‘들어뜨리다’는 ‘집어서 속에 넣다.’의 뜻이다. 예문으로는 ‘사장은 그가 낸 보고서를 힐끗 한 번 보더니 서랍 속에 들어뜨렸다. 그녀가 빨래를 주섬주섬 뭉쳐다가 욕실에 들어뜨렸다.≪박완서, 도시의 흉년≫’ 등이 있다.

‘쉬엿스리라/쉬었으리라’의 ‘쉬다’는 ‘입이나 코로 공기를 들이마셨다 내보냈다 하다.’의 의미이다. 변천 과정은 ‘쉬다<쉬다<능엄>’이다.

‘햇빗/햇빛’의 ‘햇빛’은 ‘해의 빛.’이며, ‘일광(日光)ㆍ일화(日華)’라고도 한다. 예문으로는 ‘풀잎마다 맺힌 이슬방울이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늘 그 애에게 햇빛이 잘 드는, 뜰이 넓은 집을 마련해 주고 싶었다.≪오정희, 적요≫’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햇빛<빛<능엄>←+-ㅅ+빛’이다.

‘ᄶᅵᆼ그렷스리라/찡그렸으리라’의 ‘찡그리다’는 ‘얼굴의 근육이나 눈살을 몹시 찌그리다.’의 의미이다. 예문으로는 ‘그녀는 내리쬐는 햇볕에 얼굴을 찡그리고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았다. 이러한 질문에 인화는 억지로 얼굴을 조금 찡그려서 웃어 보일 뿐 대답지도 않았다.≪김동인, 젊은 그들≫’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찡그리다<←긔다<긔다<두시-초>/의다<법화>’이다.

‘엇지하여야/어찌하여야’의 ‘어찌하다’는 ‘어떠한 방법으로 하다.’를 뜻한다. 예문으로는 ‘그러다 병이라도 나면 어찌하려고 그렇게 무리를 하느냐? 그 무례함에 나는 몹시 불쾌했으나 더 어찌하는 수가 없었다.’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어찌하다<엇지다<엇디다<어첩>[←엇디+-]/엇뎨다<석상>[←엇뎨+-]’이다.

‘조흐랴/좋으랴’의 ‘좋다’는 ‘대상의 성질이나 내용 따위가 보통 이상의 수준이어서 만족할 만하다.’의 뜻이다. 예문으로는 ‘길 양쪽으로 모양 좋게 버드나무가 늘어서 있다. 썰렁한 야기를 몰아내며 화톳불들이 불땀 좋게 활활 타올랐다.≪현기영, 변방에 우짖는 새≫’ 등이 있다.

‘물건일진대’의 ‘-ㄹ진대’는 ‘이다’의 어간, 받침 없는 용언의 어간, ‘ㄹ’ 받침인 용언의 어간 또는 어미 ‘-으시-’ 뒤에 붙어, 앞 절의 일을 인정하면서, ‘그것을 뒤 절 일의 조건이나 이유, 근거로 삼음’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이다. 예문으로는 ‘주인이 취할진대 누가 뭐라 하겠는가. 그대와 같이 건강할진대 무엇이 걱정되랴.’ 등이 있다.

‘엇다/어따’의 ‘어따’는 ‘무엇이 몹시 심하거나 하여 못마땅해서 빈정거릴 때 내는 소리.’를 의미한다. 예문으로는 ‘어따, 잔소리 좀 그만해. 어따, 영감님도. 시골 부자가 요새는 더 속이 실합니다.≪한수산, 유민≫’ 등이 있다.

‘주겟나잇가/주겠나이까?’의 ‘주다’는 ‘다른 사람에게 정이나 마음을 베풀거나 터놓다.’의 의미이다. ‘-나-’는 ‘이다’의 어간, 받침 없는 용언의 어간, ‘ㄹ’ 받침인 용언의 어간 또는 어미 ‘-으시-, -사오-’ 따위 뒤에 붙어, ‘앞 절의 내용과 뒤 절의 내용이 서로 다름’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이다. 예문으로는 ‘눈이 내리나 쌓이지는 않는다. 키는 크나 힘은 약하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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