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驚異)

조명희

 

어머니 좀드러주서요

저 황혼(黃昏)의이약이를

숩사이에 어둠이엿보아들고

개천물소리는더한층 가느러젓나이다

나무나무들도 다기도(祈禱)를드릴ᄯᅢ입니다.

어머니 좀드러주서요

손잡고 귀 기우려주서요

저 담아래 밤나무에

 

‘드러/들어’의 ‘듣다’는 ‘다른 사람의 말이나 소리에 스스로 귀 기울이다.’의 뜻이다. 예문으로는 ‘변명 따위는 듣고 싶지 않아. 정치가는 국민의 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등이 있다.

한글 맞춤법 제18항 다음과 같은 용언들은 어미가 바뀔 경우, 그 어간이나 어미가 원칙에 벗어나면 벗어나는 대로 적는다.

5. 어간의 끝 ‘ㄷ’이 ‘ㄹ’로 바뀔 적에는 벗어나는 것으로 쓰는 예를 들면, ‘듣다[聽]: 들어/들으니/들었다, 묻다[問]: 물어/물으니/물었다, 싣다[載]: 실어/실으니/실었다’ 등이 있다. 그러므로 ‘들어’로 적어야 한다.

‘이약이/이야기’의 ‘이야기’는 ‘어떤 사물이나 사실, 현상에 대하여 일정한 줄거리를 가지고 하는 말이나 글.’을 말한다. 예문으로는 ‘그들이 싸우게 된 이야기를 듣고 시시비비를 가려 주었다. 이 아저씨를 나는 무척 좋아했다. 그것은 아저씨가 이따금 내게 들려주는 전쟁 이야기 때문이기도 하였다.≪김인배, 방울뱀≫’ 등이 있다.

‘숩/숲’은 ‘숲’은 ‘수풀’의 준말이다. ‘수풀’은 ‘나무들이 무성하게 우거지거나 꽉 들어찬 것’을 의미한다. 예문으로는 ‘푸른 숲. 나와 누나는 발소리를 죽이며 어두운 숲 그늘을 밟고 산비탈을 올라간다. ≪김승옥, 생명 연습≫’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숲<숩<월석>/숳<월석>’이다.

‘엿보아’의 ‘엿보다’는 ‘잘 보이지 아니하는 대상을 좁은 틈 따위로 바라보다.’의 뜻이다. 예문으로는 ‘부엌 바라지 틈으로 하늘을 엿보다. 나는 문틈 새에 눈을 대고 바깥을 엿보았다.’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엿보다<엿보다<두시-초>/엿오다<능엄>/엿다<석상>←엿-+보-’이다.

‘더한층’의 ‘더한층’은 ‘이전보다 상태나 정도가 더하게.’의 뜻이다. 예문으로는 ‘그는 상황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더한층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다. 가랑가랑한 목소리가 오늘 저녁에는 더한층 부드럽고 은근한 맛이 있다.≪심훈, 영원의 미소≫’ 등이 있다.

‘가느러젓나이다/가늘어졌나이다’의 ‘가늘어지다’는 ‘가늘게 되다.’의 의미이다. 예문으로는 ‘산록을 돌면서 곧장 뻗어 온 넓은 길은 여기서는 실낱처럼 가늘어져 가지고 그대로 산허리를 감싸며 기어오르고 있었다.≪강신재, 해방촌 가는 길≫ 이런 이야기에서 현옥의 말소리는 점점 가늘어져 간다.≪한설야, 황혼≫’ 등이 있다.

‘기우려/기울여’의 ‘기울이다’는 ‘정성이나 노력 따위를 한곳으로 모으다.’의 뜻이다. 예문으로는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서는 누군가의 기척에 온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기울이다<기우리다<능엄>←기울-+-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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