歸路

정지용

 

걸음은 절로 드딜데 드디는 삼십(三十)적 분별(分別)

영탄(詠嘆)도 아닌 불길(不吉)한 그림자가 길게 누이다.

밤이면 으레 홀로 돌아오는

붉은 술도 부르지않는 적막(寂寞)한 습관(習慣)이여!

 

‘드딜데’의 ‘디디다’는 ‘발을 올려놓고 서거나 발로 내리누르다.’의 의미이다. 예문으로는 ‘가볍게 계단을 디뎌도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풀이 무성한 곳을 디딜 때에는 발이 구덩이에 빠질 것 같아 긴장되었다.’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디디다<디듸다<원각>/드듸다<월곡>’이다.

‘그림자’는 ‘물체가 빛을 가려서 그 물체의 뒷면에 드리워지는 검은 그늘.’을 뜻한다. 예문으로는 ‘그림자가 짙게 깔리다. 가로의 건물이 길 가운데까지 긴 그림자를 던지고 있었다.≪김원일, 도요새에 관한 명상≫’ 등이 있다.

‘누이다’는 ‘눕다’의 사동사이다. 예문으로는 ‘그는 가끔씩 언덕 위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편안하게 누운 강선혜는 이따금 느슨한 부채질을 하곤 한다.≪박경리, 토지≫’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누이다<누이다<월석>/뉘이다<법화><*누다←-+-이-’이다.

‘으레’는 부사이며, ‘틀림없이 언제나.’의 의미이다. 예문으로는 ‘그는 회사 일을 마치면 으레 동료들과 술 한잔을 한다. 오빠와 한자리에 있으면 으레 그렇듯 정애의 아름다운 얼굴엔 우수가 서려 있었다.≪이호철, 닳아지는 살들≫’ 등이 있다. 한자어로는 ‘依例’로 쓴다.

‘않다’는 동사 뒤에서 ‘-지 않다’ 구성으로 쓰여, ‘앞말이 뜻하는 행동을 부정하는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예문으로는 ‘그는 이유도 묻지 않고 돈을 빌려 주었다. 아이가 밥을 먹지 않아서 걱정이다.’ 등이 있다.

‘적막하다(寂寞--)’는 ‘고요하고 쓸쓸하다.’의 의미이다. 예문으로는 ‘주위는 짙은 어둠에 묻힌 채 비바람만 쏴쏴 적막하게 훌뿌리고 있다.≪홍성원, 육이오≫ 이렇게 그림 한 장 달력 하나 걸리지 아니한 적막하고 쓸쓸한 방에 들어앉으면 도무지 침울해져서 견딜 수가 없다.≪이양하, 이양하 수필선≫’ 등이 있다.

‘이여’는 받침 있는 체언 뒤에 붙어, ‘정중하게 부르는 뜻’을 나타내는 격 조사이다. 흔히 감탄이나 호소의 뜻이 포함된다. 예문으로는 ‘젊은 그대들이여, 시간을 아껴 쓰시오. 하늘이여, 조국을 보살피소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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