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불과 손
정지용
그대의 붉은 손이
바위틈에 물을 따오다,
산양(山羊)의 젓을 옮기다,
간소(簡素)한 채소(菜蔬)를 기르다,
오묘한 가지에
장미(薔薇)가 피듯이
그대 손에 초밤불이 낳도다.
‘바위’는 ‘부피가 매우 큰 돌.’을 말한다. 예문으로는 ‘산을 오르다가 바위에 기대어 잠시 쉬었다. 나는 얼핏 정신을 차리고 독수리 부리처럼 삐죽한 바위에 걸터앉아 수통의 뚜껑을 닫고 있던 중대장을 쳐다보았다.≪안정효, 하얀 전쟁≫’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바위<바회<석상>’이다.
‘간소한’의 ‘간소하다(簡素--)’는 형용사이며, ‘간략하고 소박하다.’의 의미이다. 예문으로는 ‘우리는 저녁을 간소하게 차려 먹었다. 소찬을 먹고 물을 마시고, 팔을 베개 삼아 사는 간소한 생활이라 할지라도 그 속에 낙이 또한 있는 것이다.≪안병욱, 사색인의 향연≫’ 등이 있다.
‘채소(菜蔬)’는 ‘밭에서 기르는 농작물’을 말한다. 주로 그 잎이나 줄기, 열매 따위를 식용한다. 보리나 밀 따위의 곡류는 제외한다. ‘남새’라고도 한다.
‘남새’는 ‘채소(菜蔬)’이다. 예문으로는 ‘가을 남새를 다듬고 있던 딸 오동네가 웅보를 보고는 “아버지” 하고 소리치며 뜨악하게 바라보았다.≪문순태, 타오르는 강≫’가 있다. 변천 과정은 ‘남새<새<번노>’이다.
‘초밤’은 ‘결혼한 첫날밤’을 나타내며, ‘초밤불’은 ‘결혼 초야를 밝히는 불’을 말한다.
‘낳도다’의 ‘낳다’는 ‘어떤 결과를 이루거나 가져오다.’의 의미이다. 예문으로는 ‘계속되는 거짓과 위선이 서로 간에 불신을 낳아 협력 관계가 무너지고 말았다. 입고 있는 것은 거친 광목 치마저고리임에도 불구하고 은연중에 배어 있는 어떤 위엄이 그런 추측을 낳게 한 것이다.≪이문열, 영웅시대≫’ 등이 있다. ‘-도다’는 ‘이다’의 어간, 용언의 어간 또는 어미 ‘-으시-, -었-, -겠-’ 뒤에 붙어, ‘해라할 자리에 쓰여, 감탄’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이다. 장중한 어조를 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