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경찰서는 지난 6일 충북 증평의 한 아파트에서 세 살 배기 딸과 함께 숨진 40대 여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배경이 남편과 사별한 뒤 신변을 비관했거나 평소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을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뉴시스

충북 증평의 한 아파트에서 세 살 배기 딸과 숨진 40대 여성은 남편과 사별한 후 경찰에 사기 혐의로 피소되면서 신변을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방안에서 수면제가 다량 발견됨에 따라 이 여성이 평소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하고 있다.

충북 괴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5시18분께 증평의 한 아파트에서 정모(41·여)씨와 딸(3)이 숨져 있는 것을 소방관이 확인해 경찰에 신고했다. 

정씨는 침대 옆 바닥에 누운 상태로, 딸은 침대 위에 이불을 덮고 옆으로 누운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조사결과 정씨의 목과 가슴, 배 부위 등 6곳에는 흉기로 자해를 시도한 '주저흔'이 발견됐다. 침대 위에는 흉기와 수면제 1통, 극약(쥐약) 14봉지가 함께 발견됐다.

수면제는 의사의 처방 없이 구매할 수 없다. 때문에 정씨가 평소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받았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경찰은 정씨가 범행을 사전에 철저히 준비한 것으로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국과수는 "약물 중독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된다"는 1차 소견 결과를 통보했다.

정씨가 남긴 유서에는 "남편이 그립고, 아이도 내가 데리고 가겠다. 동생을 부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그의 유서에는 경제적인 어려움 등 생활고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부검에 나선 경찰은 부패상태를 고려했을 때 모녀가 3개월전에 숨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의 죽음은 아파트 관리비가 수개월째 연체된 점을 이상하게 여긴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확인됐다.

정씨는 올해 1월 중고차 판매 사기 등 혐의로 괴산경찰서에 두 차례 피소된 상태였다.

하지만, 경찰에 출석하지 않아 조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정씨의 남편 이모씨는 지난해 9월 19일(변사사건 내사종결 10월 17일) 증평의 한 야산에서 목을 매 숨졌다. 

강원도에 거주하던 정씨의 친정 어머니도 정씨의 집에서 몇개월 생활하다 남편이 사망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지병으로 숨지면서 정씨가 심각한 우울감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차 사기 사건에 정씨가 연루된 것은 남편 소유의 차량을 중고차 업체에 처분하는 과정에서 캐피탈 업체 압류 사실을 모르고 매매했던게 원인으로 전해진다.  

증평군이 정씨의 부채 등을 조사한 결과 은행 여러곳에서 1억5000만 원 상당의 빚을 진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정씨는 임대아파트 보증금 1억2900만 원, 2700만원 상당의 차량 3대(SUV 1대, 트럭 2대)를 보유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통장에도 당장 인출할 수 있는 256만7000원이 있었다. 아파트 관리비 등을 체납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었고, 생활고를 비관해 스스로 딸과 함께 목숨을 끊을 정도의 심각한 사정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2015년 신축된 증평의 한 분양전환형 임대 아파트(32평)에 임대보증금 1억2900만 원에 월 13만 원의 임대료를 내고 남편, 딸과 함께 살았다.   

그가 숨지기 전까지는 국민연금과 월 임대료, 세금 등을 밀리지 않고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편함에서 발견된 아파트 월세와 관리비 고지서 등은 정씨가 숨지기 전후부터 쌓인 것으로 보인다. 

증평군 관계자는 "정씨는 아파트 임대보증금 등이 재산으로 잡혀 사회복지 대상자로 선정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며 "국민연금·건강보험료 체납이 없었기 때문에 복지지원 대상자로도 분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는 일정한 직업이 없어 아이를 양육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빚 독촉에 시달리거나 파산할 정도의 빚을 지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주변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남편과 사별한 후 신변을 비관해 딸과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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