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길 충북사회복지신문 주필

김 춘 길(충북사회복지신문 편집고문 겸 주필)

 

▲ 김춘길(충북사회복지신문 편집고문 겸 주필).

우리 인생사에도 교훈이 되고 있는 ‘바둑의 10계명’(圍棋十訣)은 1.부득탐승(不得貪勝:승리만 탐하면 얻지 못한다) 2,입계의완(入界誼緩:경계를 넘어설 때는 느긋하게 하라) 3,공피고아(攻彼顧我:공격에 나서기에 앞서 자신을 돌아보라) 4,기자쟁선(棄子爭先:돌을 버리더라도 先手를 잡아라) 5,사소취대(捨小取大: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하라) 6,봉위수기(逢危須棄:위기가 닥치면 돌을 버려라) 7,신물경속(慎勿輕速:경솔하게 서두르지 마라) 8, 동수상응(動須相應:행마는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9,피강자보(彼强自保:상대가 강하면 나의 안전을 도모하라) 10,세고취화(勢孤取和:형세가 외로울 때는 화평을 취하라)이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

이 중에서 ‘버리라’(棄)는 뜻을 지닌 사자성어(四字成語)가 세 개나 되니, 기자쟁선. 사소취대. 봉위수기가 바로 그것이다. 위기십결이 이처럼 ‘버림’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자연의 섭리가 끊임없이 비우고 새롭게 채우기를 반복하는 것인데도, 사람들이 끊임없이 채우기만을 바라다가 낭패를 당하고 있음을 깨우쳐주려는 것이라고 ‘바둑 천재’ ‘돌부처’ 별명의 이창호 九단은 설명하고 있다. 그는 “어떤 그릇이든 비워져야 채울 수 있다는 이치를 어린아이도 안다. 많은 사람들의 실패는, 그 이치를 몰라서가 아니라 알고도 외면하려는 욕심으로부터 비롯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돌 몇 점을 희생시켜서라도 선수를 잡으라는 기자쟁선(棄子爭先)은 ‘사석(捨石)작전’, 즉 ‘버림돌 작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바둑에서 선수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프로기사들은 덤을 5집반이나 내야 하는데도 호선바둑에서 흑돌을 선호한다. 중국의 유명한 섭위평 九단은 “버려라, 그러면 이긴다!”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바둑을 두었다.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하라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하라는 사소취대(捨小取大)는 기자쟁선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작은 이익은 눈앞에 보이는데 보다 큰 이익은 멀리 있어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작은 이익에 집착하다 판단력이 흐려져 실패하기 일쑤이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 위기에 봉착했을 때는 과감히 버리라는 봉위수기(逢危須棄)는 살릴 가망이 없는 돌(곤마)을 버리지 못하고 질질 끌며 매달리다가는 대패(大敗)를 당할 수 있음을 가르치고 있다 하겠다.  이같은 바둑의 교훈은 오늘 날 우리 기업 경영이나 정치판에서도 여전히 유효 하다고 할 것이다. 큰 이익. 큰 승리를 위해서는 작은 이익, 작은 승리를 버릴 줄도 알아야 하는데, 이를 버리지 못한 채 소익(小益). 소승(小勝)에 취해 있다가는 기업이 위기에 처하고 정권이나 정당이 국민의 큰 선택에서 버림받게 된다는 이치를 잊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다.       

내살을 베어 상대방 목을 친다

최근 대선. 총선. 재보궐 선거에서 여당에 연전연패하고도 당내 계파별 파워게임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에 육참골단(肉斬骨斷)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 서울대 조국 교수가 새정치민주연합과 문재인 대표를 향해 ‘육참골단’을 주문했고, 문 대표는 지난27일 열렸던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김상곤 초계파혁신기구 위원장이 혁신협조를 당부하자 “육참골단의 각오로 임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러자 조국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위원회 출범에 대해“육참골단 제안에 공감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같은 맥락에서 ‘이대도강’(李代桃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곤 위원장은 새정치민주연합을 맹자의 ‘우산지목’(牛山之木)에 비유했다. 제1야당 지도부가 생뚱맞게 유식을 과시하며 사자성어 경연을 펼친 모양새를 나타냈다. 주지하다시피 육참골단이란 ‘내 살을 베어주고 상대방의 뼈를 자른다’(내 팔을 내주고 상대의 목을 취한다)는 뜻으로,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희생이 따른다는 점을 가르치고 있다. 이대도강은 ‘오얏나무가 복숭아나무대신 말라 죽는다’는 의미로, 군사전략상 일정한 손실이 불가피할 때 국부적인 손실만으로 전체적인 승리를 도모하는 계책이다. 한편 맹자(孟子)의 성선설(性善說)과 관련, 가장 유명하게 비유되는 우산지목은, 숲과 풀이 우거져 아름답던  고대 중국 제(齊)나라의 우산(牛山)이   인구가 많은 수도(首都) 가까이에 위치한 탓으로 나무가 함부로 마구 베어지고 풀마저 가축이 뜯어먹어 민둥산이 되고 말았다는 것으로, 인간의 마음이 황폐해 짐을 경계하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김상곤 위원장이 이 말을 한 것은 새정치민주연합(牛山)이 계파갈등 등으로 ‘민둥산 처지’가 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하겠다.

사람의 계책, 하늘의 도움 있어야

오늘의 정당행태와 기업경영 등에서 생각해 볼 때  육참골단. 이도대강. 우산지목은 지금도 유효한 경구(警句)라 하겠다. 응분의 노력이나 최소한의 희생 없이 기업 경영 성과를 바라거나, 고질적인 계파 갈등 요인 등을 눈 감은 채 국민의 선택과 대권을 쟁취해 보겠다는 정당의 행태는 그릇을 비우지 못하면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없다는 이치를 어기는 것이고, 이기려면 버리라는 바둑의 가르침을 외면하고 있다 하겠다. 작은 이익을 서로 즐기는데 몰두하다가는 푸른 산이 민둥산이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터이다.  그래놓고 무슨 ‘수권정당’을 자위하며, 기업의 도약을 장담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정부나 정당 기업 등 모두가 명심할 것은, 제아무리 좋은 계책도 하늘의 도움 없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진리이다. (謀事在人成事在天) 여기서 의미하는 우리의 하늘은 바로 이 나라의 주인인 민(民), 그 중에서도 나라를 떠받치고 있는 기층 서민들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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