琉璃廠1

 

유리(琉璃)에 차고 슬픈것이 어린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양 언날개를 파다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디치고.

비가 내리는 가운데 도시열차 유리창에 빗물이 흐르고 있다./뉴시스

‘슬픈것이’는 ‘슬픈∨것이’로 띄어 써야 한다. ‘슬픈’의 ‘슬프다’는 ‘원통한 일을 겪거나 불쌍한 일을 보고 마음이 아프고 괴롭다.’의 의미이다. 예문으로는 ‘영애 어머니는 영애를 붙들고 울지 말라고 만류하면서 자기는 더욱 슬프게 울었다.≪한용운, 흑풍≫ 연이는 성우 선생이 자기의 그처럼 크고 절박한 슬픔을 몰라주는 것이 또한 슬펐다.≪최정희, 천맥≫’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슬프다<슬프다<석상>←슳-+-브-’이다.

‘어린거린다’의 ‘어른거리다’는 ‘큰 무늬나 희미한 그림자 따위가 물결 지어 자꾸 움직이다.’의 의미이다. 예문으로는 ‘어둠 속에 드높이 서 있는 천막이 바라보이고, 숙소에서 흘러나온 불빛이 눈앞에 어른거렸을 때 석이네는 걸음을 빨리했다.≪한수산, 부초≫ 조금 전까지 사복을 입은 형사들과 파출소 순경이 어른거리더니 인제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오상원, 잊어버린 에피소드≫’ 등이 있다.

‘열없이’는 부사이며, ‘좀 겸연쩍고 부끄럽게. 어설프고 짜임새가 없이.’의 뜻이다. 예문으로는 ‘그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열없이 서 있다. 종상이는 별로 어렵지 않은 수수께끼를 풀고 나서 그것을 낸 상대방에겐 짐짓 어려웠던 척 비위를 맞출 때처럼 열없이 무릎을 치며 말했다.≪박완서, 미망≫’ 등이 있다.

‘흐리우다’의 ‘흐리다’는 ‘잡것을 섞어서 맑지 아니하게 하다.’의 의미이다. 예문으로는 ‘공기를 흐리다. 교육가도 전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일어탁수로 소수의 사람이 전체의 물을 흐리고 있는 것이다.≪이희승, 먹추의 말참견≫’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흐리다<↼흐리우다<월석>←흐리-+-우-’이다.

‘파다거린다’의 ‘파닥거리다’는 ‘새가 잇따라 가볍고 빠르게 날개를 치다.’의 의미이다. 예문으로는 ‘새가 날개를 파닥거리더니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주변의 숲들은 푸르렀고, 들새들이 날개를 파닥거리며 날아오르고 있었다.≪이원규, 훈장과 굴레≫’ 등이 있다.

‘부디치고’는 ‘부딪히고’로 써야 한다. ‘부딪히다’는 ‘부딪다’의 피동사이다. 예문으로는 ‘파도가 뱃전에 부딪히다. 아이는 한눈을 팔다가 선생님과 부딪혔다. 빙판길에서 미끄러져 서로 정면으로 부딪힌 차들이 크게 부서졌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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