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紅疫)

 

석탄(石炭) 속에서 피여 나오는

태고연(太古然)히 아름다운 불을 둘러/십이월(十二月)밤이 고요히 물러 앉다.

유리(琉璃)도 빛나지 않고/창장(窓帳)도 깊이 나리운 대로-

문(門)에 열쇠가 끼인 대로-

눈보라는 꿀벌떼 처럼/닝닝거리고 설레는데,/어느 마을에서는 홍역(紅疫)이 척촉(躑躅)처럼 난만(爛漫)하다.

 

전북 전주시 팔복동의 한 연탄공장에서 직원이 꽁꽁 언 손을 연탄 불에 녹이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태고연히(太古然-)’는 부사이며, ‘아득한 옛 모습 그대로인 듯하게.’의 의미이다. 예문으로는 ‘칼은 사나이 기상이 있고, 거문고는 태고연한 소리를 감추었네.≪박종화, 임진왜란≫’가 있다.

‘창장’은 ‘창에 둘러치는 휘장.’을 일컫는다. 예문으로는 ‘햇볕이 너무 들어 창장을 내렸다. 창권은 뒤틀어 기지개를 켜고 창장을 치밀고 밖을 내다본다.≪이태준, 농군≫’ 등이 있다.

‘나리운’의 ‘내리다’는 ‘막, 휘장, 커튼 따위가 위에서 아래로 옮겨 가다. 또는 그렇게 하다.’의 뜻이다. 예문으로는 ‘내가 찾아갔을 때는 이미 커튼이 내린 상태였다. 연극이 끝나서 막을 내렸으나 관객들은 계속 자리에 남아 박수를 쳤다. 그녀는 커튼을 내려서 햇빛을 차단했다.’ 등이 있다.

‘-대로’는 ‘어떤 모양이나 상태와 같이.’의 의미이다. 예문으로는 ‘예상했던 대로 시험 문제는 까다로웠다. 마재에서 듣던 대로 숙부의 눈썹은 좀 색달랐다.≪한무숙, 만남≫’ 등이 있다.

‘닝닝거리다’의 ‘잉잉거리다’는 ‘날벌레 따위가 날아가는 소리가 잇따라 나다.’의 뜻이다. 예문으로는 ‘모기가 잉잉거리다. 골목길에는 하루살이들이 어지럽게 잉잉거렸다.≪한승원, 해일≫’ 등이 있다.

‘척촉(躑躅)’은 ‘철쭉’이다. ‘철쭉’은 ‘진달랫과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높이는 2~5미터이며 잎은 어긋나고 거꾸로 된 달걀 모양이다. 5월에 분홍색 꽃이 산형(繖形) 화서로 피고 열매는 삭과(蒴果)로 10월에 익는다. 관상용이고 한국, 일본, 만주 등지에 분포하며, ‘산객(山客)ㆍ척촉ㆍ철쭉나무.’라고도 한다.

‘난만하다(爛漫--)’는 ‘꽃이 활짝 많이 피어 화려하다.’의 뜻이다. 예문으로는 ‘백화(百花)가 난만하다. 공원의 들꽃이 난만하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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