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毗盧峯)

정지용

 

백화(白樺)수풀 앙당한 속에

계절(季節)이 쪼그리고 있다.

이곳은 육체(肉體)없는 요적(寥寂)한 향연장(饗宴場)

이마에 시며드는 향료(香料)로운 자양(滋養)!

해발(海拔)오천(五千)피이트 권운층(卷雲層)우에

그싯는 성냥불!

 

소백산 등산객이 비로봉 정상에서 일출을 감상하고 있다./뉴시스

‘백화(白樺)’는 ‘자작나무’이다. ‘자작나무’는 ‘자작나뭇과의 낙엽 활엽 교목’이다. 높이는 20~30미터이며, 나무껍질은 흰색이며 종이처럼 벗겨진다. 잎은 어긋나고 삼각형의 달걀 모양이다. 4~5월에 단성화가 수상(穗狀) 화서로 피고 열매는 작은 견과(堅果)로 10월에 익는다. 나무껍질은 약용ㆍ유피용(鞣皮用)으로 쓰고 목재는 기구(器具)에 쓰며 산기슭의 풍치림의 조성에도 적당하다. 한국 북부와 일본, 중국, 시베리아 동부 등지에 분포하며, ‘백단(白椴)ㆍ백화(白樺)’라고 한다.

‘수풀’은 ‘나무들이 무성하게 우거지거나 꽉 들어찬 것. 풀, 나무, 덩굴 따위가 한데 엉킨 것.’을 말한다. 변천 과정은 ‘수풀<수플<석상>’이다.

‘앙당한’의 ‘앙당하다’는 ‘추워서 몸을 움츠린. 모양이 어울리지 아니하게 작다.’의 뜻이다. 예문으로는 ‘키가 앙당하다. 키가 앙당하고 어깨가 떡 벌어진 헌병이 웅보에게 거칠게 쏘아붙였다.≪문순태, 타오르는 강≫’ 등이 있다.

‘쪼그리고’의 ‘쪼그리다’는 ‘누르거나 옥여서 부피를 작게 만들다. 팔다리를 오그려 몸을 작게 옴츠리다.’의 의미이다.

‘요적한’의 ‘요적하다(寥寂--)’는 ‘고요하고 적적하다.’의 뜻이다. 예문으로는 ‘오랜만에 집에 들어갔더니 매우 요적하다.’가 있다.

‘시며드는’의 ‘스며들다’는 ‘속으로 배어들다.’의 의미이다. 예문으로는 ‘추위가 뼈 속에 스며든다. 모화의 음성은 마주(魔酒) 같은 향기를 풍기며 온 피부에 스며들었다.≪김동리, 무녀도≫ 밑이 터져 빗물이 자꾸 신발 안으로 스며든다.’ 등이 있다.

‘그싯는’의 ‘긋다’는 ‘성냥이나 끝이 뾰족한 물건을 평면에 댄 채로 어느 방향으로 약간 힘을 주어 움직이다.’의 뜻이다. 예문으로는 ‘그는 벽에 딱성냥을 그어 불을 붙였다. 불량배는 그의 얼굴을 칼로 그으려고 했다. 종이를 칼로 그었더니 말끔하게 잘라졌다.’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긋다<긋다<영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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