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공포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미리 대비해 
피해를 줄이는 길뿐입니다.
하루 빨리 이재민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를―

 

역사적으로 워낙 사건, 사고가 많아 “안녕 하셨습니까”가 인사가 된 세상이지만 일부 지역이긴 해도 이번 포항에서 일어 난 리히터 규모 5.7의 지진은 전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지진이라면 이웃나라 일본이나 중국, 남미, 동남아시아 등 다른 나라 일로만 생각했던 일이기에 놀라움은 한층 클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들어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경고성 메시지가 나오기 전 까지만 해도 “설마 우리나라야 큰 지진이 일어나겠는가”라고 했던 자만심이 섣부른 기대였다는 사실로 확인되면서 공포감은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지진(地震·Earthquake)이란 지하에 강한 충격이 가해지거나, 단층이 미끌리면서 그 에너지가 방출되어 땅이 흔들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지구내부 어딘가에서 급격한 변동이 생겨 그 힘으로 생긴 파동, 즉 지진파(Seismic wave)가 지표면까지 전해져 지반을 흔드는 것입니다. 그것은 진동조차 느끼기 힘든 약한 것으로부터, 지축을 뒤흔들 만큼 아주 강력한 것까지 형태가 매우 다양합니다.

역사를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그때마다 지진은 끊임없이 일어나곤 했습니다. 기상청이 발간한 ‘한반도 역사 지진기록’에 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지진은 779년 신라 혜공왕 15년 때입니다. 경주에서 발생한 진도6.7의 지진으로 당시 사망자가 100명에 달했습니다. 또 서기 2년부터 1904년까지 문헌에 기록된 전체 지진 발행횟수는 2161회에 달합니다. 진도 5이상의 지진이 440회로 집계됐고 인명피해가 발생하거나 건물이 파괴되는 수준의 진도 8~9의 지진 역시 15회나 발생한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조선시대 들어와 개국원년인 1392년부터 철종12년인 1863년 까지 471년 간 무려 1967회의 지진이 있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1518년 7월 서울 지진입니다. “유시(酉時)에 세 차례 크게 지진이 있었다. 그 소리가 마치 성난 우레소리처럼 커서 인마(人馬)가 모두 대피하고 담장과 성벽이 무너지고 성안사람들이 모두 놀라 당황하여 어쩔 줄 모르고 밤새도록 노숙하며 제 집으로 돌아가지 못 했다”고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돼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계기를 이용해 지진을 측정한 것은 1905년입니다. 그 뒤 큰 지진으로는 1936년 7월4일 지리산 쌍계사, 1978년 9월16일 속리산, 1978년 10월7일 홍성, 1980년 1월8일 평북 의주, 2013년 5월18일 백령도, 2004년 5월29일 경북 울진지진 등입니다. 규모 5.2를 기록한 홍성지진은 건물 100여 채가 무너지는 큰 피해를 안겼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지진을 자연 현상이 아닌 ‘하늘의 뜻’으로 여겼습니다. 중종13년인 1518년 서울에서 지진이 일어나자 조선왕조실록은 “땅은 고요한 물건인데 그 고요함을 지키지 못하고 진동하니 이 보다 큰 변괴는 없다”며 “음이 양을 이겨서 그 질서가 순탄치 못 할 것 같으면 그 보응(報應)이 반드시 크게 나타나는 것이니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하늘의 뜻을 암시하는 구절을 명시했습니다.

그러나 당대 최고의 실학자인 이익(李瀷·1681~1763)은 ‘성호사설’을 통해 “지진은 땅속의 빈곳에서 생겨나는 진동이며 땅이 꺼지는 지함(地陷)”이라는 견해를 주장하며 “지진은 하늘의 뜻과는 전연 관계가 없다”고 비과학적 논리를 질타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관측이후 역대 가장 강력했던 지진 1위는 1960년 칠레지진으로 리히터 규모 9.5였습니다. 2위는 1964년 미국 알래스카의 9.2, 3위 1967년 미국 알래스카 9.1, 4위 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9.0, 5위 1952년 러시아 캄차카반도 9.0이었습니다.

피해가 속출한 포항지진현장. 건물에서 떨어진 시멘트 조각들이 거리에 널려있고 파손된 자동차들이 보인다. /NEWSIS

20세기 이후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그야말로 엄청납니다. 그중 1위는 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의 28만3106명, 2위 1976년 중국 탕산(唐山) 24만2000명, 3위 1920년 중국 간쑤(甘肅) 18만 명, 4위는 일본 간토(關東) 14만3000명, 5위 1908년 이탈리아 메시나 12만 명, 6위 1932년 중국 간쑤(甘肅) 7만 명, 7위 1970년 페루 6만6000명, 8위 1935년 파키스탄 쿠에타 6만 명, 9위 1990년 이란 4만5000명, 10위 2003년 이란 3만1000명 등입니다
 
이제 “한반도는 지진의 안전지대”라는 말은 옛말이 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반도도 이제 지진으로부터 결코 안전하지 않다”라고 진단하고 있기에 말입니다. 그를 인정이라도 하듯 지난해에는 경주에서, 올해는 포항에서 규모가 큰 지진이 일어나니 아무래도 불안한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조선시대에 일어난 전체 지진 중 20.9%가 경북에서만 일어났습니다. 경남까지 합치면 이 수치는 32.2%까지 올라갑니다. 한반도 지진은 3회 중 1번꼴로 경상도에서 일어난 셈입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북 지역을 둘러싼 양산단층과 울산단층 등이 다른 지역에 비해 약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 뚜렷하게 밝혀내지는 못했습니다.

일부 학자들 중에는 수도권을 지진 위험 지역으로 꼽는 이들이 있습니다. 어떤 이는 “중부 수도권 지역이 가장 위험하다. 이곳은 과거 지진 발생 2백 년 동안 지진이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합니다. 과거 한반도 지진 기록을 검토해 ‘서울 및 수도권’ 라인에서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57%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하기도 합니다.

만일 국내에서 강도 높은 지진이 도시 한복판에서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해 최근 소방방재청이 실시한 시뮬레이션 결과는 놀라움, 그 자체입니다. 자료에 따르면, 서울 중구에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 파손되는 건축물은 58만4천여 동, 사상자는 11만5천여 명, 이재민은 10만4천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럴 리가 없기를 바랄뿐인 무서운 예측입니다.

그런데 불난 집에 부채질 한다고 포항지진 같은 국가적 재난을 “하늘이 주는 경고”라는 방정맞은 발언으로 정쟁을 부추기질 않나, “종교세 때문에 지진이 났다”는 등의 생뚱맞은 발언으로 사회를 어지럽히는 말을 들으면서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나라가 어려우면 함께 마음을 모아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사회지도층의 도리이지, 그 옛날 왕조시대의 퀴퀴한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무책임하게 멋대로 떠드는 태도는 결코 옳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이 우주선을 타고 달나라를 다녀오는 지혜를 가졌다고 하지만 천재지변(天災地變)을 예방하거나 이겨 낼 수는 없습니다. 현재 인간의 과학으로 지진을 예방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만약의 경우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준비만이 유일한 대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 지금 포항의 체육관에는 집을 나온 이재민들이 추위 속에 새우잠을 자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여진이 가라않고 복구 작업이 끝나 그들이 집으로 돌아가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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