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 뉴시스

신태용호가 돌파구가 없는 듯 보였던 긴 터널에서 빠져 나왔다. 강호들과 마주한 11월 2연전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조금씩 싹트는 분위기다. 

신태용 감독은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두 경기를 앞두고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을 대신해 지휘봉을 잡았다. 한국 축구 역사상 최종예선 기간 중 수장을 바꾼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다급했다.

신 감독은 우즈베키스탄, 이란전 무실점 무승부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이끌고도 기대 이하의 경기력과 헹가래 사건, 거스 히딩크 감독 부임 논란 등으로 구설에 올랐다.

10월 A매치 2연전은 말 그대로 최악이었다. 본선에서 만날 상대보다 한 수 아래인 러시아(2-4), 모로코(1-3)에 무기력하게 당하면서 비난 여론은 최고조에 달했다. 유럽 원정 후 귀국길에서는 팬들의 기습 시위에 출구를 바꿔 도망가듯 떠나야 하는 수모까지 당했다. 리그 일정상 K리거들을 차출하지 못해 정예 전력을 꾸리지 못한 것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이때마다 신 감독은 "지금은 매를 맞더라도 월드컵을 보고 가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11월부터는 월드컵에 나갈 선수들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이길 수 있는 경기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청사진도 제시했다.

신 감독은 자신이 내뱉은 말을 지켰다. 기막힌 반전의 중심에는 새롭게 도입한 4-4-2 포메이션이 있었다.

2-1 승리로 끝난 지난 10일 콜롬비아전에서는 공격, 미드필드, 수비 3선이 시종일관 일정 간격을 유지했다. 짧은 패스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콜롬비아의 장점은 완전히 사라졌다. 소속팀과는 달리 대표팀만 오면 고립되는 손흥민(토트넘)을 최전방에 배치해 성공을 거둔 것은 승리 못지않은 수확이었다.

세르비아전(1-1) 역시 나쁘지 않았다. 공격진에서는 수차례 짧은 패스로 수비진의 균열을 유도했다. 손흥민은 투톱과 원톱 모두 경쟁력을 입증했다. 상대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지긴 했지만 모처럼 유럽팀을 수세에 몰았다.

시련을 딛고 다시 설 발판을 마련한 신 감독의 다음 시험무대는 12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이다. 일본, 중국, 북한이 참여하는 이 대회는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주간에 열리지 않아 유럽파 선수들의 차출이 불가능하다. K리거, 일본, 중국리그 소속 선수들이 주축이 돼야한다.

동아시안컵에서는 그동안 미처 활용하지 못한 선수들과 플랜B 등이 시험가동될 전망이다. 공격, 미드필드와는 달리 수비는 정예 멤버 소집이 가능해 수비 조직력 다지기에도 많은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신 감독은 "해외파가 돌아가면 대체 선수가 얼마나 실력이 있는지 고민할 것이다. 선수가 한정적인 상황에서 선발을 해야 하니 거기에 맞는 포메이션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동아시안컵 구상을 전했다.

저작권자 © 충청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