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時計

                   정지용

 

옵바가 가시고 난 방안에
숫불이 박꽃처럼 새워간다.

산모루 돌아가는 차, 목이 쉬여
이밤사 말고 비가 오시랴나?

망토 자락을 녀미며 녀미며
검은 유리만 내여다 보시겠지!

옵바가 가시고 나신 방안에
時計소리 서마 서마 무서워.

 

올 1월 서울 종로구 평창동 A스페이스에서 온라인 경매에 나온 앤틱풍 시계를 관람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숫불’의 ‘숯불’은 ‘숯이 타는 불’이며, ‘탄화(炭火)’라고도 한다. 예문으로는 ‘풍로에 숯불을 피우다. 화로에 숯불이 피어오르다.’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숯불<숫블<내훈>←+블’이다.

‘박’은 박과의 한해살이 덩굴풀이다. 전체가 잔털로 덮여 있고 줄기가 변한 덩굴손이 있어서 다른 물건을 감고 올라간다. 잎은 어긋나고 둥근 심장 모양으로 가장자리가 얕게 손바닥 모양으로 갈라진다. 여름에 흰 꽃이 잎겨드랑이에 한 개씩 피는데 저녁부터 피었다가 아침 햇살이 나면 시든다. 암수한그루이나 암수의 꽃이 따로 피며, ‘포과(匏瓜)ㆍ포로(匏蘆)’라고도 한다.

‘산모루’의 ‘산모롱이’는 ‘산모퉁이의 휘어 들어간 곳.’을 일컫는다. 예문으로는 ‘노승은 이렇게 몇 마디 남기고는 휘적휘적 산모롱이로 사라집니다. 걸어가는 그의 등 뒤에서는 산모롱이를 돌아오는 기차 소리가 아련히 들린다.’ 등이 있다.

표준어 규정 제17항 비슷한 발음의 몇 형태가 쓰일 경우, 그 의미에 아무런 차이가 없고, 그 중 하나가 더 널리 쓰이면, 그 한 형태만을 표준어로 삼는다.

‘오시랴나’의 ‘-려나’는 ‘이다’의 어간, 받침 없는 용언의 어간, ‘ㄹ’ 받침인 용언의 어간 또는 어미 ‘-으시-’ 뒤에 붙어, ‘해할 자리나 혼잣말에 쓰여, 추측’을 가볍게 묻는 데 쓰이는 종결 어미이다. 예문으로는 ‘날씨가 추워지려나? 철수가 공부를 잘하려나 모르겠어요.’ 등이 있다.

‘망토(<프>manteau)’는 ‘소매가 없이 어깨 위로 걸쳐 둘러 입도록 만든 외투.’를 말한다. 남녀가 다 입으며, 손을 내놓는 아귀가 있다. 예문으로는 ‘어깨 위에 망토를 걸치다. 마상에 높이 앉은 장교는 가죽 장화에 긴 군도를 차고 있으며 어깨에 걸친 군용 망토가 바람에 펄러덕거렸다.’ 등이 있다.

‘녀미며’의 ‘여미다’는 ‘벌어진 옷깃이나 장막 따위를 바로 합쳐 단정하게 하다.’의 의미이다. 예문으로는 ‘병사들은 철모를 고쳐 쓰고, 조심스럽게 짤그락 실탄을 먹고, 방탄조끼를 여미고, 조용히 전투 준비를 했다.≪안정효, 하얀 전쟁≫ 황제의 아버지는 돌연 정색을 하고 옷깃을 여미더니 그 과객에게 머리를 조아렸다.≪이문열, 황제를 위하여≫’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여미다<녀다<두시-초>’이다. 변천 과정은 ‘여미다<녀다<두시-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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