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씨

            정지용

우리가 눈감고 한밤 자고 나면
이실이 나려와 가치 자고 가고,

우리가 이웃에 간 동안에
해ㅅ빛이 입마추고 가고,

경남 남해군 남해읍 인근 들녘에는 호박벌 한 마리가 노란 해바라기 주변을 날아다니며 꿀을 따고 있다. / 사진 출처= 뉴시스.


‘이실’의 ‘이슬’은 ‘공기 중의 수증기가 기온이 내려가거나 찬 물체에 부딪힐 때 엉겨서 생기는 물방울.’을 말한다. 예문으로는 ‘그는 지름길인 논둑길로 걸어온 듯 아랫도리 전체가 이슬에 흠뻑 젖어 있었다.≪홍성원, 육이오≫ 풀숲의 아침 이슬이 바짓가랑이에 스며 휘휘 감겨들었다.≪전상국, 하늘 아래 그 자리≫’ 등이 있다.

‘가치’의 ‘같이’는 ‘어떤 상황이나 행동 따위와 다름이 없이.’의 의미이다. 예문으로는 ‘예상한 바와 같이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세월이 물과 같이 흐른다.’ 등이 있다.

*‘같이’는 조사이며, 체언 뒤에 붙어, ‘앞말이 보이는 전형적인 어떤 특징처럼’의 뜻을 나타내는 격 조사이다. 예문으로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방바닥. 소같이 일만 하다.’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같이<티<월곡>←+-+-이’이다.

‘마추고’의 ‘맞추다’는 ‘다른 대상에 닿게 하다.’의 뜻이다. 예문으로는 ‘아내에게 입을 맞추다. 이 부족은 손님의 코에 자신의 코를 맞추는 것이 고유의 인사법이다. 나 같으면 그런 남편만 있으면 그야말로 날마다 머리를 풀어서 발을 씻고 발바닥에 입을 맞추겠다.’ 등이 있다.

한글 맞춤법 제57항 다음 말들은 각각 구별하여 적는다.

‘가름/갈음’에서 ‘가름[分割]’은 ‘가르다’의 어간에 ‘-ㅁ’이 붙은 형태,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갈음’은 ‘갈다’의 어간에 ‘-음’이 붙은 형태로 ‘대신하는 것, 대체하는 것’을 뜻한다. ‘가름’은 ‘쪼개거나 나누어 따로따로 되게 하는 일, 승부나 등수 따위를 정하는 일’을 뜻한다. 차림새만 봐서는 여자인지 남자인지 가름이 되지 않는다. 이기고 지는 것은 대개 외발 싸움에서 가름이 났다. ‘갈음’은 ‘다른 것으로 바꾸어 대신하다.’는 뜻이다.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행운이 가득하기를 기원하는 것으로 치사를 갈음합니다.

‘거름/걸음’에서 ‘거름’은 ‘(땅이)걸다’의 어간 ‘걸-’에 ‘-음’이 붙은 형태이고, ‘걸음’은 ‘걷다’의 어간 ‘걷-’에 ‘-음’이 붙은 형태로 분석된다.

‘거치다/걷히다’에서 ‘거치다’는 ‘무엇에 걸려서 스치다, 경유하다’란 뜻을 나타내며, ‘걷히다’는 ‘걷다’의 피동사이다.

‘거치다’는 ‘마음에 거리끼거나 꺼리다, 오가는 도중에 어디를 지나거나 들르다’의 뜻이다. 가장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으니 이제 특별히 거칠 문제는 없다. 대구를 거쳐 부산으로 간다. ‘걷히다’는 이제 양털 구름은 말짱히 걷혀 버려 산마루 뒤로 물러앉아 있었다. 온기를 받아 뿌옇게 서렸던 등피의 습기가 걷히며 방 안이 밝아 왔다. 대운동회마저 지나고 나니 웅성대던 고을 거리는 장마 걷힌 뒤인 것처럼 갑자기 쓸쓸해졌다.

‘걷잡다/겉잡다’에서 ‘걷잡다’는 ‘쓰러지는 것을 거두어 붙잡다.’의 뜻을 나타내며, ‘겉잡다’는 ‘겉가량하여 먼저 어림치다.’란 뜻이다.

‘걷잡다’는 ‘마음을 진정하거나 억제하다’는 뜻이다. 걷잡을 수 없이 흐르는 눈물.

‘겉잡다’는 겉잡아도 일주일은 걸릴 일을 하루 만에 다 하라고 하니 일하는 사람들의 원성이 어떨지는 말 안 해도 뻔하지. 예산을 대충 겉잡아서 말하지 말고 잘 뽑아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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