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정지용

할아버지가
‘담배대/담뱃대’를 물고
들에 나가시니,
궂은 날도
곱게 개이고,

할아버지가
도롱이를 입고
들에 나가시니,
가믄 날도
비가 오시네.

중요무형문화재 제65호 "백동연죽장" 보유자인 황영보 옹이 작업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 사진출처= 뉴시스.

‘담뱃대’는 ‘담배를 피우는 데 쓰는 기구’이며, 담배통, 담배설대, 물부리로 이루어져 있고, ‘대ㆍ연관(煙管)ㆍ연대(煙臺)ㆍ연죽(煙竹)’이라고도 한다. 예문으로는 ‘그는 담뱃대를 입에 문 채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노인의 담뱃대 끝에서 타는 담배가 석류알같이 발갛다.’ 등이 있다.

한글 맞춤법 제30항 사이시옷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받치어 적는다. 1. 순 우리말로 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이다. (1)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것은 받치어 적는다. 그러므로 ‘담뱃대’로 써야 한다.

‘나가시니’의 ‘-시-’는 ‘이다’의 어간이나 받침 없는 용언의 어간, ‘ㄹ’ 받침인 용언의 어간 뒤에 붙어, 다른 어미 앞에 붙어, ‘어떤 동작이나 상태의 주체가 화자에게 사회적인 상위자로 인식될 때 그와 관련된 동작이나 상태 기술에 결합하여 그것이 상위자와 관련됨’을 나타내는 어미이다. ‘-니’는 ‘이다’의 어간, 받침 없는 용언의 어간, ‘ㄹ’ 받침인 용언의 어간 또는 어미 ‘-으시-, -오-, -더-’ 뒤에 붙어, ‘앞말이 뒷말의 원인이나 근거, 전제 따위가 됨’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이다.

‘궂은의 ‘궂다’는 ‘비나 눈이 내려 날씨가 나쁘다.’의 뜻이다. 예문으로는 ‘마음도 심란한데 날씨마저 궂다. 날만 조금 궂으면 뼈마디가 쑤시고 살이 떨려 금방 까무러치게 아팠다.≪윤흥길, 묵시의 바다≫’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궂다<궂다<석상>’이다.

‘도롱이’는 짚, 띠 따위로 엮어 허리나 어깨에 걸쳐 두르는 비옷이다. 예전에 주로 농촌에서 일할 때 비가 오면 사용하던 것으로 안쪽은 엮고 겉은 줄거리로 드리워 끝이 너털너털하게 만들며, ‘녹사의ㆍ발석ㆍ사의(蓑衣)’라고도 한다.

‘가믄’의 ‘가물다’는 ‘땅의 물기가 바싹 마를 정도로 오랫동안 계속하여 비가 오지 않다.’의 의미이다. 예문으로는 ‘유달리 가문 그해 여름은 8월로 접어들어서도 비가 한 방울 오지 않았다.≪조해일, 아메리카≫ 모내기까지 이대로 계속 날이 가물다가는 자네나 나나 기우제라도 지내야지 별수 있는가.≪윤흥길, 완장≫’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가물다<물다<믈다<다<월석>’이다.

저작권자 © 충청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