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정지용


하늘에는 석근 별
알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어 도란 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전남 순천시 낙안읍성에서 11일 겨울을 준비하기 위한 초가지붕 이엉이기가 한창이다. / 사진출처= 뉴시스.

‘알수도’는 ‘알∨수도’로 띄어 써야 한다. ‘수’은 어미 ‘-은, -는, -을’ 뒤에 쓰여, 주로 ‘있다, 없다’ 따위와 함께 쓰여, ‘어떤 일을 할 만한 능력이나 어떤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의미한다. ‘도’는 체언류나 부사어, 연결 어미 ‘-아, -게, -지, -고’, 합성 동사의 선행 요소 따위의 뒤에 붙어, ‘이미 어떤 것이 포함되고 그 위에 더함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를 말한다.

한글 맞춤법 제42항 의존 명사는 띄어 쓴다.

의존 명사(依存名詞)는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쓴다는 원칙에 따라 띄어 쓰는 것이다. ㉠ ‘들’이 ‘남자들, 여학생들’처럼 하나의 단어에 결합하여 복수를 나타내는 경우는 접미사로 다루어 붙여 쓰지만, 두 개 이상의 사물을 열거하는 구조에서 ‘그런 따위’란 뜻을 나타내는 경우는 의존 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 ‘뿐’이 ‘남자뿐이다.’, ‘셋뿐이다.’처럼 체언 뒤에 붙어서 한정의 뜻을 나타내는 경우는 접미사로 다루어 붙여 쓰지만, ‘웃을 뿐이다.’, ‘만졌을 뿐이다.’와 같이, 용언의 관형사형 ‘-을’ 뒤에서 ‘따름’이란 뜻을 나타내는 경우는 의존 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 ‘대로’가 ‘법대로, 약속대로’처럼 체언 뒤에 붙어서 ‘그와 같이’란 뜻을 나타내는 경우는 조사이므로 붙여 쓰지만, ‘아는 대로 말한다.’, ‘약속한 대로 이행한다.’와 같이, 용언의 관형사형 뒤에서 ‘그와 같이’란 뜻을 나타내는 경우는 의존 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우지짖고’의 ‘우짖다’는 ‘새가 울며 지저귀다.’의 의미이다. 예문으로는 ‘까마귀 떼가 하늘을 덮고 까악까악 시끄럽게 우짖고 있다. 나무들 위로 새 떼들이 천진난만하게 우짖고 날았다.≪박영한, 머나먼 송바 강≫’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우짖다<우지지다<이륜-옥>←울-+지지-’이다.

‘집웅’의 ‘지붕’은 ‘집의 맨 꼭대기 부분을 덮어 씌우는 덮개’를 말한다. 예문으로는 ‘기와로 지붕을 덮었다. 고추를 지붕 위에 널어 말렸다. 지붕 위에 쌓였던 눈이 녹아 처마 끝에 고드름이 달렸다.’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지붕<←집+웋’이다.

‘돌아∨앉어’의 ‘돌아앉다’는 ‘방향을 바꾸어 앉다.’의 뜻이다. 예문으로는 ‘황 씨가 입을 비죽거리며 벽 쪽으로 돌아앉았다.≪한수산, 유민≫ 냉수 한 대접을 벌컥벌컥 들이켜고 나서 아내의 참견이 성가신 듯 책상머리로 돌아앉았다.≪서기원, 마록 열전≫’ 등이 있다.

‘도란도란’은 ‘여럿이 나직한 목소리로 서로 정답게 이야기하는 소리. 또는 그 모양.’을 일컫는다. 예문으로는 ‘단칸방에서 살망정 식구끼리 도란도란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며 사는 집이 나는 부럽다.’가 있다.

‘도란거리는’의 ‘도란거리다’는 ‘여럿이 나직한 목소리로 정답게 서로 이야기하다.’의 뜻이다. 예문으로는 ‘건넌방에서는 동네 처녀들이 모여 도란거리며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사방이 고즈넉하게 숨을 죽인 한밤중, 불 꺼진 행랑채의 작은 골방에는 오랜만에 도란거리는 말소리와 웃음소리가 가득하였다.≪이상문, 황색인≫’ 등이 있다.

저작권자 © 충청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