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정지용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경기도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전통가옥 체험장. 한 부부가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 뉴시스

‘질화로(-火爐)’는 ‘질흙으로 구워 만든 화로’를 일컫는다. 예문으로는 ‘고향의 모든 것이 그리운 나머지 질화로 곁에서 보글보글 끓던 우거지찌개까지 생각이 났다.≪심훈, 영원의 미소≫ 밥솥 아궁이 불을 물려 긁어 담은 질화로는 가운데 투박한 불돌이 자리 잡고 둘레엔 뚝배기가 서너 개 들어앉고도 석쇠를 얹을 수 있을 만큼 컸다.≪박완서, 미망≫’ 등이 있다.

‘달리고’의 ‘달리다’는 ‘닫다’의 사동사이다. ‘닫다’는 ‘빨리 뛰어가다.’의 의미이다. 예문으로는 ‘말이 땅을 차면서 닫기 시작했다. 재영이가 아무리 전속력으로 닫는다 할지라도 짐승의 발을 당할 수가 없었다.≪김동인, 젊은 그들≫’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닫다<다<석상>’이다.

‘돋아’의 ‘돋우다’는 ‘밑을 괴거나 쌓아 올려 도드라지거나 높아지게 하다.’의 뜻이다. 예문으로는 ‘벽돌을 돋우다. 친구는 방석을 여러 장 겹쳐 자리를 돋운 다음 그 위에 앉았다.’ 등이 있다.

‘꿈엔들’의 ‘-ㄴ들’은 받침 없는 체언이나 부사어 뒤에 붙어, ‘-라고 할지라도’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이다. 어떤 조건을 양보하여 인정한다고 하여도 그 결과로서 기대되는 내용이 부정됨을 나타낸다. 뒤에 오는 말이 의문 형식이 올 때는 수사적 의문문이 된다. 예문으로는 ‘네 얼굴을 꿈엔들 잊을쏘냐. 설만들 굶기야 하겠느냐.’ 등이 있다.

‘조름’의 ‘졸음’은 ‘잠이 오는 느낌이나 상태.’을 뜻한다. 예문으로는 ‘눈을 감자마자 걷잡을 수 없이 덮쳐 오는 졸음과 싸워 가며 나는 방 안 동정에 귀를 곤두세웠다.≪윤흥길, 장마≫ 추위에 떨다가 몸이 녹자 졸음에 겨웠던 모양으로, 아이는 어느새 사내 곁에서 새우잠을 자고 있었다.≪송기원, 월행≫’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졸음<오롬<석상>←올-+-옴’이다.

‘벼개’의 ‘베개’는 잠을 자거나 누울 때에 머리를 괴는 물건이다. 예문으로는 ‘그녀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울었다. 눈물에도 응어리가 있는 것인지. 이미 베개 속으로 흥건하게 스며든 눈물이 끈끈한 점액인 양 찐득하였다.≪최명희, 혼불≫’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베개<벼개<월석>←볘-+-개’이다.

표준어 규정 제17항 비슷한 발음의 몇 형태가 쓰일 경우, 그 의미에 아무런 차이가 없고, 그 중 하나가 더 널리 쓰이면, 그 한 형태만을 표준어로 삼는다. 변천 과정은 ‘베개<벼개<월석>←볘-+-개’이다.

예를 들면, ‘반빗-아치/반비-아치, 보습/보십/보섭, 본새/뽄새, 뺨-따귀/뺌-따귀/뺨-따구니(‘뺨’의 비속어), 뻐개다[斫]/뻐기다, 뻐기다[誇]/뻐개다’ 등이 있다.

‘반빗아치’는 ‘반빗’ 노릇을 하는 사람이고, ‘반비’는 ‘밥짓는 일을 맡은 계집종’을 일컫는다. ‘보습’은 ‘쟁기, 극젱이, 가래 따위 농기구의 술바닥에 끼우는, 넓적한 삽 모양의 쇳조각’이며, 농기구에 따라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 변천 과정은 ‘보습<보십<훈몽>’이다. ‘본새’는 ‘어떤 물건의 본디의 생김새’를 일컫는다. ‘뻐개다[斫]’는 ‘크고 딴딴한 물건을 두 쪽으로 가르다’의 뜻이다. ‘뻐기다[과誇]’는 ‘얄미울 정도로 매우 우쭐거리며 자랑하다’의 의미이다.

‘고이시는’의 ‘괴다’는 ‘기울어지거나 쓰러지지 않도록 아래를 받쳐 안정시키다.’을 의미한다. 예문으로는 ‘그는 지게를 벗어 작대기로 괴어 놓았다. 오른쪽 책상 다리가 짧아 책으로 괴었다. 액자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세운 무릎에 턱을 괴고 앉은 게 꼭 나무나 돌로 다듬은 사람 같았다.≪이문열, 변경≫’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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