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하며>

좋은 말 나쁜 말

 

 -잘 짖는다고 명견이 아니듯
   말을 잘 한다고 해서 
  똑똑한 사람이 아닙니다.
   좋은 말은 봄바람 같고
   나쁜 말은 비수와 같습니다-

 

상상하기도 어려운 까마득한 일이지만 지구가 생성된 것은 45억7000만 년 전 이라고 학자들은 말합니다. 그 뒤 인류가 지구상에 태어난 것은 약 300만 년 전, 또는 170만 년 전 등 여러 설이 있지만 인간이 언제부터 언어, 즉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는지에 대해서는 그 역시 학설이 분분할 뿐 공통적인 정답은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언어의 기원은 고대와 중세까지는 신이 내려 주었다는 신수설(神授說)이 가장 유력했습니다. 성경에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고 기록된 것이 그를 증명하는 근거입니다. 그러나 19세기 찰스다윈이 진화론을 제기한 이후 연구자들은 언어의 기원에 대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중에 재미있는 주장으로 몇 가지 설이 있습니다.

동물의 울음소리를 듣고 흉내 내려는 데서 언어가 시작되었다고 보는 ·멍멍설(bow-wow theroy), 사물이 내는 고유의 소리를 인간이 느껴지는 대로 표현하려는 데서 시작되었다는 ·땡땡설(ding-dong theory),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데서 시작되었다고 보는 ·쯧쯧설(pooh-pooh theory), 힘든 일을 할 때 “끙끙”소리를 낸다는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보는 ·끙끙설(grunt theroy), 원시인들이 제사를 지내거나 귀신을 쫓는 의식을 치르면서 부르는 노래에서 언어가 시작되었다는 ·아아설(sing-song theroy)등이 그것입니다. 얼마나 사실에 가까운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가능성 중의 하나로 생각해 볼 수는 있겠습니다.

국제언어학 단체인 에스놀로그(Ethnologue)에 의하면 2009년 기준 지구상 전 세계에는 다양한 종족에 의해 7358개의 언어가 통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은 인구가 쓰는 언어는 역시 중국어로 무려 8억4485만 명이 사용해 전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고 다음 2위는 스페인어로 4억5060만 명, 3위가 영어로 3억4450만 명, 4위가 힌디어, 우르두어로 3억1544만5000명, 5위가 인도네시아어로 2억8000만 명, 6위가 아랍어로 2억3150만 명, 7위가 포르투갈어로 1억8100만 명, 8위가 프랑스어로 1억7590만 명, 9위가 러시아어로 1억5250만 명, 10위가 벵골어로 1억5140만 명이고 일본어는 11위로 1억2750만 명, 우리 한국어는 15위로 7650만 명이라고 합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생김새만이 아니라 짐승과 다른 두 가지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생각하는 능력과 말을 함으로써 타인과 의사를 소통하는 점입니다.

언어의 기원이 어쨌거나 오늘날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는 75억 인류는 언어라는 수단을 통해서 의사를 주고받고 집단의 생존 질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언어야 말로 인간이 만들어 낸 위대한 산물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상 곳곳의 인간 세계에서는 한여름 밤을 뒤덮는 청개구리들의 쉼 없는 울음소리처럼 수많은 언어를 통해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이 의사소통을 함으로써 삶의 질서를 이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언어에는 좋은 말이 있고 나쁜 말이 있습니다. 좋은 말은 남을 기쁘게 하고, 남을 이롭게 하고 사회를 밝게 합니다. 바로 덕담(德談)입니다. 그러나 나쁜 말은 남을 실망시키고 화나게 하고 슬프게 합니다. 바로 험담(險談)이요, 악담(惡談)입니다.

언제 어디서고 덕담은 나와 남을 함께 이롭게 합니다. 옛말에도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하였듯이 내가 한 말 한마디가 상대를 기쁘게 하고 되돌아와 내 자신에게 이로움을 줍니다. “좋은 말 한마디가 추위도 녹인다” 한 것 또한 좋은 말의 의미를 강조한 것입니다.

학교급식 비정규직 노동자를 '밥하는 아줌마'라고 비하했다가 물의를 빚은 국민당의 이언주의원이 고개숙여 사과하고있다. /Newsis

그러나 나쁜 말 한마디는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화나게 하고 슬프게 합니다. 생각 없이 내뱉은 말 한마디가 남을 분노케 하고 시비를 불러옵니다. 경망한 한 마디 말이 사람을 절망에 빠트리고 원수를 만들기도 합니다. 악담의 뒤에는 반드시 나쁜 결과가 뒤따릅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우리 사회에는 좋은 말 보다, 나쁜 말이 더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나쁜 말이 넘쳐나면 당연히 사회에 미치는 폐해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야당의 한 여성의원이 학생들 급식을 맡아 일하는 비정규직 주부들을 얕잡아 “밥하는 아줌마들…”이라고 비하해 말했다가 혼쭐이 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국회의원답지 못한 경솔한 말 한마디가 사회를 어떻게 어지럽히는가 하는 것을 입으로 보여줬습니다. “99%의 민중은 개, 돼지나 마찬가지이니 먹을 것만 주면 된다”는 말 한마디로 유망한 공직자가 자리를 물러나는 것도 보았습니다. 역시 입이 화근이었습니다.

중국 당(唐)나라의 시에 ‘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구시화지문 설시참신도)라고 있습니다. “입은 화를 불러들이는 문이요, 세치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 그 여성의원도, 공직자도 익히 들어봤음직한 명언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장관 후보자들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보면 딱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마치 피의자 대하듯 후보자들을 거친 말로 윽박지르고 목청을 높여 마구 혼을 내고 하는 것을 보면서 갑질도 ‘상갑질’이라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공당(公黨)의 대표가 정제되지 않은 막말로 매스컴의 총아 노릇을 하는 이도 있습니다. 입을 열면 기삿거리를 쏟아 내는 과한 취미에서 정당대표의 품격은 찾기 어렵습니다.  

종편이라는 방송의 TV 토크쇼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 채널, 저 채널을 돌려보면 달변가들이 날마다 나와 온갖 말들을 쏟아 냅니다. 확인되지도 않은 사건들을 추측성으로 단정해 마구 험담을 일삼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는 정다운 친구들을 만나도 남의 험담을 먼저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만나면 좋은 말로 좋은 분위기를 가져야 하겠지만 남을 헐뜯음으로써 카타르시스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주 고약한 습성입니다. 그러기에 “술좌석에서 정치 얘기 하지 말라”는 충고도 합니다. 좋은 자리가 나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말은 한번 입에서 나오면 쓸어 담을 수 없습니다. 형체도 없고 발도 없지만 백리를 가고 천리를 갑니다. 하기에 옛 어른들은 “말 한마디를 하려면 먼저 세 번 생각하라”(三思一言)고 일렀습니다. 말은 철저하게 조심해야 합니다. 사적인 자리에서는 물론 공적인 자리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좋은 말은 봄바람처럼 부드럽고 나쁜 말은 비수(匕首)가 되어 날아갑니다. 웅변이 능사가 아닙니다. 잘 짖는다고 좋은 개가 아니고 말을 잘한다고 똑똑한 사람이 아닙니다.

개인이거나 공인이거나 새겨들을 글이 있습니다. ―말하기 좋다 하여/ 남의 말, 말을 것이/ 내 남의 말하면/ 남도 내 말할 것이로되/ 말로써 말이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조선·작자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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