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정지용
서낭산ㅅ골 시오리 뒤로 두고
어린 누의 산소를 묻고 왔오.
해마다 봄ㅅ바람 불어를 오면,
나드리 간 집새 찾어 가라고
남먼히 피는 꽃을 심고 왔오.
‘묻고’의 ‘묻다’는 ‘물건을 흙이나 다른 물건 속에 넣어 보이지 않게 쌓아 덮다.’의 의미이다. 예문으로는 ‘밥을 식지 않게 아랫목에 묻다. 나는 다시 손안의 물건들을 나무 밑에 묻고 흙을 덮었다.≪오정희, 중국인 거리≫’ 등이 있다.
‘나드리’의 ‘나드리/나들이’는 집을 떠나 가까운 곳에 잠시 다녀오는 일이며, ‘바깥나들이’라고도 한다. 예문으로는 ‘휴일 공원에는 나들이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어머니도 일 년 만에 만나는 자식이 반갑다는 기색은 없이 잠깐 나들이로 들여다보러 온 사람 같다.’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나들이<나드리<번노>←나-+들-+-이’이다.
한글 맞춤법 제23항 ‘-하다’나 ‘-거리다’가 붙는 어근에 ‘-이’가 붙어서 명사가 된 것은 그 원형을 밝히어 적는다.
예를 들면, ‘깔쭉이/깔쭈기, 꿀꿀이/꿀꾸리, 눈깜짝이/눈깜짜기, 더펄이/더퍼리, 배불뚝이/배불뚜이, 삐죽이/삐주기, 살살이/살사리, 쌕쌕이/쌕쌔기, 오뚝이/오뚜기, 코납작이/코납자기, 푸석이/푸서기, 홀쭉이/홀쭈기’ 등이 있다.
‘깔쭉이’는 ‘둘레가 톱니처럼 깔쭉깔쭉하게 생긴 은전(銀錢)’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더펄이’는 ‘성미가 침착하지 못하고 더펄거리는 사람’을 일컫는다. ‘푸석이’는 ‘무르고 부스러지기 쉬운 물건’으로 아주 무르게 생긴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다. ‘오뚝이[不倒翁]’는 사전에서 ‘오똑이’로 다루던 것인데 표준어 규정에서 ‘오뚝이’로 바꾸었으며, 부사도 ‘오뚝이’로 적는다.
‘-이’가 붙어서 명사가 된 경우에 그 원형을 밝혀서 적도록 한 것으로 ‘-하다’나 ‘-거리다’가 붙는 것은 원형을 밝히어 적는다.
‘(더펄거리다)더펄이’, ‘(삐죽거리다)삐죽이’, ‘(살살거리다)살살이’, ‘(푸석하다)푸석이’는 통일안에서 ‘더퍼리, 삐주기, 살사리, 푸서기’로 하였던 것을 이번에 바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