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밭두렁을 태우기가 산불로 이어지면서 피해가 잇따르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사진=뉴시스

봄철 농사를 준비하는 적잖은 농민이 쓰레기 소각과 함께 논·밭두렁을 태우다 불을 내고 있다. 해충 방제 효과도 없는 것을 괜히 했다가 피해는 물론 처벌 등으로 신세까지 망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火‘만 키우는···

15일 산림청 산불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2006~2015년) 동안 난 3949건의 산불 가운데 707건(18%)이 논·밭두렁을 태우다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화재정보센터 통계만 봐도 논·밭두렁 화재는 2014년 395건, 2015년 487건, 2016년 403건 등에 해마다 수백 건씩 발생하고 있다.

지난 11일 충북 영동군 심천면에서는 한 농민이 감나무 잎 등을 끌어 모아 밭두렁을 태우다 산불을 내 산림 0.2㏊가 타고 화상까지 입었다.

같은 날 영동군 주곡리와 보은군 오동리, 음성군 용산리에서도 비슷한 산불이 발생하는 등 이달 들어서만 충북에서 논·밭두렁 태우기와 쓰레기 소각으로 10여건의 산불이 났다.

해충도 못 잡는···

아직도 농촌과 산촌에서는 논·밭두렁 태우기가 해충이나 잡초를 없애고 병해충 방제에 도움이 된다며 이를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다.

하지만 논·밭두렁 태우기는 병해충 방제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되레 해충의 천적을 죽여 농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논둑에서 월동하는 벌레 가운데 거미, 사마귀 등 땅과 작물에 유익한 곤충은 89%지만, 해충은 11%에 불과하다.

논·밭두렁을 태우면 해충의 천적인 거미류 등을 해충보다 8배 더 많이 죽이는 꼴이 돼 오히려 병해충 발생을 높일 수 있다.

충북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두렁을 태우고 75일 정도가 지나야 식생과 동물상이 소각 이전 상태를 완전히 회복하는데, 천적류 복원 속도가 해충보다 늦어 방제에는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고 전했다.

낭패만 보는···

산림보호법에 따라 산림이나 산림과 가까운 곳에서 허가 없이 불을 피우면 최고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불을 피우다 실수로 산불을 내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거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보은군에 사는 한 농민(54)은 지난 11일 야산 인근에서 농업 부산물을 태우다 산불을 내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처벌을 받을 처지에 놓였다.

영동군에 사는 농민 두 명도 산불을 냈다가 입건됐으며, 충주의 한 농민은 산불 피해 면적은 50㎡로 적었으나 형사입건과 함께 거액의 벌금을 물게 됐다.

충북도 관계자는 “논·밭두렁 태우기는 이로운 벌레를 더 많이 죽게 해 농사를 짓는데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다”며 “자칫 잘못 하면 산불로 번져 귀중한 산림자원과 소중한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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