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길 충북사회복지신문 주필

김 춘 길(충북사회복지신문 편집고문 겸 주필)

 

▲ 김춘길(충북사회복지신문 편집고문 겸 주필).

 

지구상에서 생명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 동. 식물과 곤충 등은 대체적으로 자신의 다음 세대를 위한 종(種) 번식을 위해 일생을 바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미물에서 덩치가 큰 동물에 이르기 까지 새끼를 낳고 키우는데 정성을 다하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모체가 자신의 생명을 희생하면서 새끼를 키운다.

 

◆ 제 몸을 새끼 먹이로 주는 거미

곤충의 예를 보자. ‘비탈거미’ 어미는 제 새끼에게 자신의 몸을 먹이로 내준다. 새끼들은 어미 몸에 올라탄 채 어미를 뜯어 먹으며 자란다. 죽어가는 살신(殺身)의 모정(母情)은 제 죽음을 밑바탕으로 자자손손 번창을 이루어 간다. 유럽 남부와 북아프리카 건조지대에 서식하고 있는 주홍거미와 벨벳거미도 자살적 모성보호 본능으로 먹이를 게워 새끼에게 먹인 후 자신의 몸을 녹여 먹이로 주고 껍질만 남기면서 일생을 마감하는 사실을 과학자들은 밝혀냈다. 이들 거미는 먹이를 게우면서 체중의 41%가 줄고, 다시 새끼에게 자신의 몸을 녹여 먹이면서 54%가 준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이같은 살신 모정의 발현 이유로 사막의 거친 환경에 적응하느라고 이러한 육아방식이 진화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지진 속에서 사랑을 꽃피운 모정

그렇다면 인간의 경우는 어떤가. 지난 4월 25일 발생한 지진(또 지진이 발생)으로 네팔에서는 이달 10일 기준 8000여명이 사망했고 1만7866명이 부상했으며 366명이 실종됐다고 네팔 재난당국은 발표했다. 네팔의 지진참사 속에서 ‘처절한 모정’이 몸부림치고 있다. 그런데 재난 중 기막힌 모정은 1999년 8월 17일 발생했던 터키대지진 때 목격됐다.  터키 서북부 이즈미트와 이스탄불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 리히터 규모 7.8의 강력한 대지진은 1만 여명의 사상자를 냈고 터키 생산 기반시설을 강타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냈다. 지진발생 직후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던 한 구조팀이 폐허가 된 흙더미 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한 여성을 발견했다. 이 여성은 마치 신에게 경배를 드리듯  무릎을 꿇고 상체를 앞으로 기울인 채 숨져 있었다. 지진으로 집이 붕괴되면서 그 무게로 인해 그녀의 목과 허리는 굴절돼 있었다. 구조팀이 그 여성을 포기하고 급히 다른 장소로 옮겨가려다 이상한생각이 든 구조팀장이 그 여성의 팔 아래 공간을 파헤치다가 무엇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여기에 아이가 있다!”...구조팀이 달려와 그녀 아래 흙더미를 조심스럽게 걷어내고 꽃무늬 담요에 둘러싸인 생후 3개월가량의 아이를 구조해 냈다. 그 여성은 집이 무너지는 순간 자기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몸을 웅크려 자식을 지킨 것이다. 천행으로 잠든 채 구조된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담요를 펴자 그 속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자가 타입 된 휴대폰이 나왔다. “아가야! 만약 생존하거든 엄마가 너를 사랑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단다(If you can surrive, you have to remember that I love you)...”  이 문자를 본 구조팀은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어머니의 사랑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지를  새삼 절감했고, 이 사연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 동사하면서도 자식 살린 한국 모정

과거 우리 한국 어머니들의 살신모정 자세는 일상화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25 전쟁 후 가난 속에서도 7남매 10남매를 키워낸 우리 어머니들의 헌신적인 살신육아 자세는 전국 도처에서 신화처럼 존재했다. 어머니가 죽음으로써 자식을 살려낸 대표적 사례를 보자. 박정열(당시38세)여인이 딸 최인숙(6세)양을 데리고 1978년 3월12일 오전 9시 반경 눈이 오는 가운데 강원도 홍천군 내면 불발령을 넘어 홍천군 자운리 거주 친정 동생 박종엽(35)씨를 찾아가던 중 깊이 1m 되는 눈 속에서 동사한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박 여인은 내의 차림인데 반해 딸은 엄마의 쉐터와 외투를 두툼하게 입고 손발에 약간의 동상을 입었으나  엄마의 품에서 살아 있었다. 경찰은 박 여인이 눈길에서 기진맥진, 위기가 처하자 살신 모정을 발휘, 자기 옷을 벗어 딸을 감싸 안고 있다가 얼어 죽은 것으로 추정했다. 홍천군 여성단체협의회는 사건 당년 박 여인을 추모하는 위령탑을 세우고  해마다 추념식을 거행, 고인의 숭고한 모정을 기리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 한국에 와 있던 미국 선교사 ‘릇 씨만스’의 간증에 의하면, 성탄 전야 혼자 살던 만삭의 여인이 해산의 진통이 계속되자 아는 선교사의 도움을 받기위해 많은 눈이 오는 데도 집을 나섰다가 고통을 못이겨 몸부림치다 다리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그런 위기 상황에도 정신을 차린 이 여인은 다리 밑으로 기어 들어가 사내아이를 출산했다. 이 산모는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입고 있던 솜바지를 벗어 솜을 꺼내 아이를 감쌌고, 자신은 바람에 날려 온 마대자루로 알몸을 싸매고 있다가 동사했다. 후에 현장을 지나던 미군이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숨진 이 임산부를 발견했을 때 아이는 동사 직전의 상태에서 구조됐다.

◆ 참다운 모정은 가정의 반석이다

5월 가정의 달을 보내면서 지난날의 살신 모정을 떠올리는 것은 요즘 점점 심해지고 있는 우리나라 가정의 파편화된 가족의 삶을 우려해서이다. 구성원 (특히 부모자식)간에 사랑과 헌신 등의 발원처가 돼야 할 우리 가정들이 핵가족화. 저출산 고령화. 개인주의 사고방식의 심화 등으로 무조건적인 사랑이 약화되고 있는가 하면, 탐욕적 욕망 등을 향해 과잉 발휘되는 양극화 현상을 빚고 있다. 그 중에서도 ‘소황제’ ‘소공주’를 두고 있는 젊은 어머니들은 표면적으로는 아이의 장래를 위한다는 명분이지만 내심 자신의 대리만족을 위해 아이들에게 “공부하라, 학원가라!”를  입버릇처럼 독려, 아이들에게 심각한 스트레스를 주는 ‘공부 몰입 모정’이 일반화 되고 있다. 부모와 다 큰 자식들 간에는 재산 문제. 노부모 학대 문제. 치매 등 질환문제  등으로 살인. 방화. 유기 등의 패륜적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다.  부부간에는 이혼 문제로 어린 자식들의 양육을 서로 맡지 않으려는 풍조가 만연하고, 어린 자식들을  매몰차게 버리고 가정을 뛰쳐나가는 ‘모진 모정’도 적지 않게 목격되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철  없이 애정행각을 벌이다 아이를 출산하자 거리에 영아를 버리고 가는 ‘짐승만도 못한 모정’도 존재하는 현실이다. 어버이, 그 중에서도 젊은 엄마들의 참다운 ‘살신 모정’은 접하기 어려운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일터에서 치열한 경쟁적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젊은 아버지들의 ‘살신 부정(殺身父情)은 여성에 비해 거론할 것이 별로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정은 경제적 사회적으로 여러 기능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을 바탕으로 한 자녀양육과 사회화, 그리고 노부모 보호 봉양 기능 등이다. 그 기능의 반석적 존재는 사랑으로 충만한 모정(母情)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