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 명암~산성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모습을 담은 사진 갈무리.

‘시한폭탄’이 또 터졌다. 개통 이후 툭하면 터지는 크고 작은 사고로 대형 피해 우려를 낳고 있는 산성도로에서 사고가 또 난 것이다. 갖은 대책이 무색하다.

사상자 76명

지난 7일 오전 10시 50분께 청주시 상당구 명암~산성도로에서 A(52)씨가 몰던 5t 화물차가 가로등과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화물차에 실려 있던 철제 폐기물이 도로 위로 잔뜩 쏟아져 뒤따르던 차라도 있었으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

지난달 16일에도 4.5t 화물차가 내리막 굽은 길에서 속도를 줄이지 못해 인도를 덮치는 아찔한 사고가 나는 등 이 도로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태생적 문제

8일 경찰에 따르면 이 도로가 개통되고 지금까지 발생한 교통사고는 모두 45건이다. 사고로 다친 사람만 74명에 달하고 2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2009년 12월 개통된 명암~산성도로는 상당구 명암동 컨벤션센터 앞 교차로에서 산성동 상당산성 입구까지 3.97㎞를 잇는 도로다.

하지만 명암동 방향으로 터널을 통과한 뒤 이어지는 1.9㎞에 달하는 내리막 도로는 무게 중심이 높은 화물차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

특히 1.9㎞ 내리막 구간에 있는 급커브는 심한 곳이 직각에 가까울 정도로 급격하게 굽어 있어 사고가 줄을 잇고 있다.

개통 이후 발생한 사고만 봐도 대부분 무게 중심이 높은 화물차 사고였는데, 45건 가운데 2.5t 이상 화물차 사고만 21건에 달했다.

대부분 긴 급경사 구간 제동장치 고장이 원인이었다. 지난 7일 사고도 제동장치가 고장 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당시 운전자는 “내리막에서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충북 청주 명암~산성도로에서 발생한 화물차 사고 모습./사진=청주동부소방서

대책 쏟아져도

산성도로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자 청주시와 경찰은 도로 시설을 바꾸거나 개선하는 등 갖은 대책을 쏟아냈다.

과속단속 카메라를 구간구간 설치하기도 했고, 사고가 가장 많았던 산성도로와 동부우회도로가 만나는 교차로의 도로 폭을 인도 쪽으로 넓히는 선형 개선도 했다.

그래도 사고가 끊이지 않자 급기야 지난해 8월 5일부터는 2.5t 이상 화물차의 통행을 제한하고 24시간 무인단속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단속이 무인으로 이뤄지다 보니 이를 어기거나 길을 잘못 들어 산성도로를 이용하는 화물차가 부지기수라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뽀쪽한 수는?

청주시는 산성도로의 교통사고를 원천적으로 막는 대책을 찾기 위해 지난해 20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영구적으로 대형 화물차의 통행을 막거나 도로의 선형 변경 등 시설 개선이 사고를 막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시는 빠르면 이번주 안에 연구용역 결과와 경찰 등 관계기관과 꾸린 협의회에서 논의한 결과 등을 토대로 마련한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어떤 대책이 나올지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시는 그동안 브레이크 고장 차량이 멈출 수 있는 길이 80m, 폭 10m의 긴급제동시설을 내리막 구간 2곳에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또 산성도로와 동부우회도로가 교차하는 지점에 입체교차로를 개설하는 방안, 직선도로 확장, 동부우회도로 이용을 위한 우회전 전용차로 운용, 노선변경을 위한 도로 개설 등의 방안도 살펴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시와 경찰 등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몰라도 산성도로가 안고 있는 급경사나 급커브와 같은 타고난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는 한 사고는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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