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 공개 및 검정도서 집필기준을 발표한 31일 한 대형서점에서 시민이 고등학교 자습서를 살펴보고 있다.

교육부가 31일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안을 공개하면서 각 시도교육청과 학교현장,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반발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 미화나 친일파의 친일행위와 일본군 위안부 관련 서술 강화 등 그동안 많은 논란을 낳았던 부분이 거의 수정되지 않은 채 기존 내용이 그대로 유지된 탓이다.

충북교육청

충북도교육청은 교육부의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안 공개와 집필기준 발표와 관련해 반대와 폐기 입장을 다신 한 번 분명히 했다.

도교육청은 이날 ‘국정역사교과서 최종본 공개에 따른 충북교육청 입장’이란 논평을 내고 “다수의 국민이 반대하는 교과서를 강행하는 교육부의 행태에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최종본 발표와 연구학교 추진은 서로 모순된 조치”라며 “연구학교 운영의 목적을 ‘역사과 국정도서의 현장 적합성과 타당성 제고’라고 밝혔음에도 수정이 끝난 ‘최종본’을 공개함으로써 연구학교 추진 목적이 상실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검정 역사교과서 편찬이 졸속으로 추진되지 않도록 역사과 교육과정 적용을 2019년 이후로 연기하라”며 “교육과정을 수정 고시하지 않는다는 것은 국정교과서 채택을 높이려는 얄팍한 처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부당한 연구학교 추진을 중단하고 교육과정을 수정·고시하라”며 “정치권은 국정교과서 사용을 금지하는 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고 각 학교가 차분히 신학기를 맞을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충남교육청

충남도교육청도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최종본과 검정역사교과서 집필기준 발표를 맹비난하면서 확고한 반대와 폐기 입장을 보였다.

도교육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박정희 미화, 대한민국 수립과 정부 수립 병기 등을 허용해 오히려 갈등을 조장는 2015 교육과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은 여전히 촛불 민심에서 드러난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는데 크게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검정교과서는 또 다른 국정교과서가 될 것이 불 보듯 뻔 한 상황”이라며 “국정 역사교과서는 마땅히 폐기돼야 하고 2015 교육과정도 마땅히 수정 고시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육부의 발표는 문제의 본질을 하나도 해결하지 못했다”며 “국정 역교과서 문제는 폐기 이외의 대책과 방침은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세종교육청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교육부가 발표한 검정교과서 집필기준도 국정교과서 집필기준을 따르고 있어 또 다른 국정교과서와 다름없다”며 “개발기간도 1년뿐이라 부실 교과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이어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즉각 폐기해야 된다”며 “교육부는 국민과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세종교육청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함께 교과서가 전면 폐기될 때까지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시교육청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나 “다음달 1일까지 교과서를 신청해야 하는데 현재 48개 학교 가운데 44개 학교는 검정교과서를 선택했다”며 “교과서 선택권은 학교에 있다”고 기존 방침을 전했다.

정치권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도 반발했는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위원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안부’ 사진 변경 등과 같은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의원들은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은 ‘박정희 교과서’에 불과하다”며 “즉각 국정교과서를 폐기하고 연구학교 추진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에 대해 “친일 옹호 교과서, 독재 옹호 교과서라는 사실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왜 이렇게 말 많은 국정교과서를 부득불 밀어붙이는지 명확하다”며 “대통령의 비뚤어진 역사관과 독재자 아버지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오기 때문이다”라고 질타했다.

이동섭 국민의당 원내대변인도 “국정교과서 논란이 불거진 뒤로 수십, 수백 차례 사회 각계에서 국정화를 반대해왔으나 교육부는 눈 가리고, 귀 막고, 입을 닫은 채로 국민의 뜻을 전혀 수용하지 않았다”고 힐난했다.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국정교과서 최종본은 가장 큰 쟁점이자 논란이었던 ‘1948년 대한민국 수립일’이란 표현을 수정 없이 그대로 담았다.

박정희 정권 공과(功過) 부분도 앞서 공개된 현장 검토본에 서술된 내용이 상당 부분 그대로 반영됐다.

교육부는 검정교과서에는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해 기술할 수 있도록 집필기준을 마련했다. 하지만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훼손했다는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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