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 오전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에서 토론에 참석한 학생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뉴시스

차기 대권의 유력 주자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이 지난 12일 귀국 후에도 지지율에 큰 반등을 꾀하지 못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귀국 후 고향 음성과 충주를 방문한데 이어 전국을 돌며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충청권에서 조차 문 전 대표가 반 전 총장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 반기문 ‘태풍’이 ‘미풍’으로 그치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한국일보> 대권 주자 지지도 조사(15, 16일)에서 문 전 대표는 31.4%, 반기문 전 총장은 20.0%로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문 전 대표는 반 전 총장의 고향인 충청에서 26.1%를 기록, 23.0%에 머문 반 전 총장을 앞섰다.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이 생각보다 낮은 이유에 대해 정가는 정치 초년생인 그의 행보와 정체성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문재인 좌파정권’의 집권에 반대하며 반기문 메시아를 기다리던 보수세력이 혼란에 빠졌다는 주장이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 "정부 결정이 용기있는 결단"이라던 반 전 총장이 말을 뒤집어 "10억엔을 돌려줘야한다"고 말한 것과 "기회가 되면 촛불집회에 참여하겠다" 등 발언이 보수 성향인지, 중도성향인지 정체성에 물음표가 붙는다는 것이다.

당장, 반 전 총장의 대권행보를 위한 광폭 행보에도 야권을 중심으로 강한 비판이 나온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7일 김해의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길에는 '배은망덕, 기름장어' 등 비난 구호로 가득한 현수막에 내걸렸다.

이어 찾은 팽목항의 세월호 분향소에서는 시위대의 항의 시위 때문에 '기습 분향'을 해야했다.

또 18일 청년과의 대화를 위해 광주광역시 조선대학교를 찾았으나 학교들이 '친박 반기문 규탄한다'. '청년문제 1도 모르는 반기문은 물러가라' 는 등 팻말을 들고 규탄 시위를 했다.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이 유순택 여사와 함께 14일 고향인 충북 음성에서 열린 환영행사에 참석해 고향 주민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뉴시스

특히 잇따라 터져 나오는 반 전 총장의 행보 논란과 비리 의혹 등도 지지율 상승에 발목을 잡고 있다.

일거수일투족이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반 전 총장은 선친 묘소에서 성묘한 후 퇴주잔을 받아 마셔 '퇴주잔' 논란에 이어 음성 꽃동네 방문시 '턱받이' 논란까지 빚었다.

반 전 총장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 수수의혹에 이어 친인척 비리가 잇따르고 있는 점도 혹독한 검증 대상이다.

미국 검찰에 의해 뇌물죄로 기소된 반 전 총장의 동생과 조카에 이어 17일에는 동생이 미얀마에서 유엔 대표단 행세를 하며 사업을 벌였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야권의 '검증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은 정치에 막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상황에서 충청권을 중심으로 현역 의원 및 지방의원들의 합류와 전국적인 팬클럽 등 지지기반을 넓혀갈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도 반 전 총장이 신당 창당이나 무소속 출마보다는 일단 기존 정당 중 한 곳을 택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설 이후 입당과 지지율 변화 등이 대선 판도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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