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집은 어디인가...”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영화는 이미 넘칠 만큼 많다. 그런데도 여전히 가난한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이어서, 가난을 말하고 가난 속에서 어떻게든 힘겹게 버텨내는 사람들의 얼굴을 또렷이 각인시키는 영화들도 계속 만들어진다. ‘N포세대’, ‘헬조선’ 등 살벌한 어휘들로 포위된 지금 한국의 현실을 담아낸 전고운의 영화 (2017)와, 우리에게는 다소 낯설지만 ‘미국 독립영화계의 여제’라 불리는 켈리 라이차트의 (2008)는 아무래도 답답하고 암울하다. 그렇지만 끝내 걸음을 멈추지 않는 그들이 있어 우리로 하여금 삶의 의지를 재점검하게 만든다.쓰레기를 담은 커다란 비닐봉지를 부스럭거리며 나타나 지저분한 것들을 날랜 손길로 치우는 큰 키의 가사
五月消息정지용 오동(梧桐)나무 꽃으로 불밝힌 이곳 첫여름이 그립지 아니한가?어린 나그내 꿈이 시시로 파랑새가 되어오려니.나무 밑으로 가나 책상 턱에 이마를 고일 때나,네가 남기고 간 기억(記憶)만이 소근 소곤거리는구나. ‘오동나무(梧桐--)’는 ‘현삼과의 낙엽 활엽 교목’이다. 높이는 15미터 정도이며, 잎은 마주나고 넓은 심장 모양이다. 5~6월에 보라색 꽃이 원추(圓錐) 화서로 가지 끝에 피고 열매는 달걀 모양의 삭과(蒴果)로 10월에 익는다. 재목은 가볍고 고우며 휘거나 트지 않아 거문고, 장롱, 나막신을 만들고 정원수로 재배한다.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남부 지방의 인가 근처에 분포한다.‘밝힌’의 ‘밝히다’는 ‘밝다’의 사동사이다. 예문으로
歸路정지용 걸음은 절로 드딜데 드디는 삼십(三十)적 분별(分別)영탄(詠嘆)도 아닌 불길(不吉)한 그림자가 길게 누이다.밤이면 으레 홀로 돌아오는붉은 술도 부르지않는 적막(寂寞)한 습관(習慣)이여! ‘드딜데’의 ‘디디다’는 ‘발을 올려놓고 서거나 발로 내리누르다.’의 의미이다. 예문으로는 ‘가볍게 계단을 디뎌도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풀이 무성한 곳을 디딜 때에는 발이 구덩이에 빠질 것 같아 긴장되었다.’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디디다<디듸다<원각>/드듸다<월곡>’이다.‘그림자’는 ‘물체가 빛을 가려서 그 물체의 뒷면에 드리워지는 검은 그늘.’을 뜻한다. 예문으로는 ‘그림자가 짙게 깔리다. 가로의 건물이 길 가운데까지 긴 그림자를 던지고 있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재능 있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에서 영화감독으로 변신한 조던 필레의 저예산 영화 (2017)은 개봉 24시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흥행 돌풍을 바탕으로 최초의 아카데미 흑인 각본상 수상 기록을 세웠다. 단연 2017년의 화제작으로 꼽히는 은 기본 설정을 1967년 스탠리 크레이머 감독의 에서 직접 빌려왔다. 무려 50년의 시간 앞뒤에 놓인 두 편의 영화는 인종차별주의라는 뜨겁고 첨예한 이슈로 요동치는 미국사회를 들여다보고 성찰하게 돕는다.지역에서 신망 높은 언론사주인 매트(스펜서 트레이시)와 갤러리를 운영 중인 크리스티나(캐서린 헵번) 부부는 갑작스레 경황없는 하루를 맞는다. 외동딸 조이(캐서린 휴턴)가 하와이 여행에서 만난
歸路정지용 포도(鋪道)로 나리는 밤안개에어깨가 저윽이 무거웁다.이마에 촉(觸)하는 쌍그란 계절(季節)의 입술거리에 등(燈)불이 함폭! 눈물 겹구나.제비도 가고 장미(薔薇)도 숨고마음은 안으로 상장(喪章)을 차다. ‘포도(鋪道)’는 ‘포장도로’를 말한다. ‘포장도로(鋪裝道路)’는 ‘길바닥에 돌과 모래 따위를 깔고 그 위에 시멘트나 아스팔트 따위로 덮어 단단하게 다져 사람이나 자동차가 다닐 수 있도록 꾸민 비교적 넓은 길.’을 일컫는다.‘나리는’의 ‘내리다’는 ‘눈, 비, 서리, 이슬 따위가 오다.’의 의미이다. 예문으로는 ‘함박눈이 내리다. 이 지역은 강우가 어느 특정한 계절에 내리는 것이 아니라 산발적으로 내리는 경향이 있다.’
地圖정지용 지리교실전용지도(地理敎室專用地圖)는다시 돌아와 보는 미려(美麗)한 칠월(七月)의 정원(庭園)천도열도부근(千島列島附近) 가장 짚푸른 곳은 진실(眞實)한 바다 보다 깊다.한가운데 검푸른 점(點)으로 뛰여들기가 얼마나 황홀(恍惚)한 해학(諧謔)이냐!교원실(敎員室)의 칠월(七月)은 진실(眞實)한 바다보담 적막(寂寞)하다. ‘미려하다(美麗--)’는 ‘아름답고 곱다.’의 의미이다. 예문으로는 ‘미려한 자연경관. 문장이 미려하다. 돈궤는 어둠 속에서도 그 장대함과 미려함을 식별할 수 있었다.≪박완서, 미망≫’ 등이 있다.‘천도열도(千島列島)’는 ‘쿠릴열도’를 말한다. ‘쿠릴열도(Kuril列島)’는 ‘러시아 동부, 사할
다시 海峽정지용 해협(海峽)의 칠월(七月)해ㅅ살은달빛 보담 시원타.화통(火筒)옆 사닥다리에 나란히제주도(濟州島) 사투리 하는이와 아주 친했다.스물 한살 적 첫 항로(航路)에/연애(戀愛)보담 담배를 먼저 배웠다. ‘햇살’은 ‘해에서 나오는 빛의 줄기. 또는 그 기운.’을 뜻한다. 예문으로는 ‘창문으로 따사로운 봄 햇살이 비껴 들어왔다. 봄이라 그런지 오늘은 어제보다 햇살이 따뜻하다. 햇살에 반짝이는 물줄기 속으로 아버지의 옛 모습이 떠올랐다.≪김원일, 노을≫’ 등이 있다.‘화통(火筒)’은 ‘기차, 기선, 공장 따위의 굴뚝.’을 일컫는다. 예문으로는 ‘정거장 호각 한 소리에 기차 화통에서 흑운 같은 연기를 훅훅 내뿜으면서 기차가
“그녀들의 목소리가 들리는가”제주도의 신기한 길, 도깨비도로에 캔이나 공을 내려놓으면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처럼 보인다. 보기에는 멀쩡한 것 같지만 실제 길은 높낮이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언뜻 두루두루 공평해 보이지만 누군가, 어떤 범주에 속한 사람들은 잘 안보이기도 하고 그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기도 한다. 헤이토르 달리아의 (2012)와 로만 폴란스키의 1994년 영화 에서 아물지 않는 상처와 두려움을 안고 버텨가는 여성들의 경우도 그렇다. 두 영화에서 폭력의 피해자였던 여성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그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도록 하기 위해서 총을 든다. (두 영화의 주요 결말을 밝히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레스
다시 海峽정지용 해협(海峽)이 물거울 쓰러지듯 휘뚝 하였다.해협(海峽)은 업지러지지 않었다.지구(地球) 우로 기여가는 것이이다지도 호수운 것이냐!외진곳 지날제 기적(汽笛)은 무서워서 운다.당나귀처럼 처량(凄涼)하구나. ‘물거울’은 ‘모양을 비추어 보기 위하여 거울로 삼은 물.’을 일컫는다.‘쓰러지듯’의 ‘쓰러지다’는 ‘힘이 빠지거나 외부의 힘에 의하여 서 있던 상태에서 바닥에 눕는 상태가 되다.’의 의미이다. 변천 과정은 ‘쓰러지다<러디다<법화>←-+-어+디-’이다.한글 맞춤법 제15항 용언의 어간과 어미는 구별하여 적는다. [붙임 1] 두 개의 용언이 어울려 한 개의 용언이 될 적에, 앞말의 본뜻이 유지되
다시 海峽정지용 정오(正午) 가까운 해협(海峽)은백묵흔적(白墨痕迹)이 적력(的歷)한 원주(圓周)!마스트 끝에 붉은기(旗)가 하늘 보다 곱다.감람(甘藍) 포기 포기 솟아 오르듯 무성(茂盛)한 물이랑이어!반마(班馬)같이 해구(海狗)같이 어여쁜 섬들이 달려오건만일일(一一)히 만저주지 않고 지나가다. ‘정오(正午)’는 ‘낮 열두 시’를 말한다. 곧 태양이 표준 자오선을 지나는 순간을 이르며, ‘상오(晌午)ㆍ오정(午正)ㆍ오중(午中)ㆍ정오(亭午)ㆍ정중(正中)ㆍ탁오(卓午).’라고도 한다.‘백묵(白墨)’은 ‘분필’이다. ‘분필(粉筆)’은 ‘칠판에 글씨를 쓰는 필기구’를 말한다. 탄산 석회나 구운석고의 가루를 물에 개어 손가락 정도의
자전거는 시(詩)와 사랑을 싣고...더 이상 편지를 쓰지 않는 세상이니, 어쩌면 언젠가 ‘편지’라는 말은 교과서에나 남게 될지도 모르겠다. 편지를 쓰지 않는 세상에서, 택배나 고지서 등을 전하는 우편배달부의 모습이 억압적 노동환경이나 열악한 임금조건 등을 대뜸 떠올리게 되는 것도 자연스럽다. 그러니 한 때 묵직한 가방을 둘러멘 우편배달부의 모습이 심장을 두드리며 설렘을 안겨주곤 했다는 건 아득한 신화처럼 남게 될지도 모르겠다. 우리들의 기억에서 시나브로 사라져가고 있는 우편배달부를 마이클 래드포드의 이탈리아 영화 (1994)와 박흥식의 (2006)에서 만나본다.이탈리아 작은 어촌 칼라 데 소토 섬에서 사는 마리오(마씨모 트로이시)는 백수로 하는 일 없이 지내면서 어부인
海峽 정지용 해협오전두시(海峽午前二時)의 고독(孤獨)은 오롯한 원광(圓光)을 쓰다.설어울리 없는 눈물을 소녀(少女)처럼 짓쟈.나의 청춘(靑春)은 나의 조국(祖國)!다음날 항구(港口)의 개인 날세여!항해(航海)는 정히 연애(戀愛)처럼 비등(沸騰)하고이제 어드메쯤 한밤의 태양(太陽)이 피여오른다. ‘오롯한’의 ‘오롯하다’는 ‘모자람이 없이 온전하다.’의 의미이다. 예문으로는 ‘부모님의 오롯한 사랑. 반환 지점에 도달했을 때에야 시야가 점차 분명해지면서 흐릿한 새벽길이 오롯하게 떠오르고 있었다.≪김원우, 짐승의 시간≫’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오롯하다<오록다<신합>←오-+-옥+-’이다.‘설다’의 ‘섧다’는 ‘서럽
海峽 정지용 포탄(砲彈)으로 뚫은듯 동그란 선창(船窓)으로눈섶까지 부풀어 오른 수평(水平)이 엿보고,하늘이 함폭 나려 앉어크악한 암닭처럼 품고 있다.투명(透明)한 어족(魚族)이 행렬(行列)하는 위치(位置)에홋하게 차지한 나의 자리여!망토 깃에 솟은 귀는 소라ㅅ속 같이소란한 무인도(無人島)의 각적(角笛)을 불고- ‘뚫은’의 ‘뚫다’는 ‘구멍을 내다.’의 의미이다. 예문으로는 ‘송곳으로 판자에 구멍을 뚫다.’가 있다. 변천 과정은 ‘뚫다<다<둛다<듧다<법화>’이다.‘눈섶’의 ‘눈썹’은 ‘두 눈두덩 위에 가로로 모여 난 짧은 털.’이고, ‘미모(眉毛)ㆍ미총.’이라고도 한다. 예문으로는 ‘눈썹이 하얗게
나의 기쁨, 나의 자랑...사랑하며 떠나며그레타 거윅의 영화 에서 시얼샤 로넌이 분한 17세의 크리스틴은 소원하던 뉴욕에 도착하고 나서야 진저리치며 떠나온 고향 새크라멘토에 대한 사랑을 확인한다. 많은 이들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 가족이 그런 것처럼 고향도 정작 함께하거나 가까이 있을 때는 소중함을 알기 어렵다. 하지만 용케도 자신이 살아가는 공간의 가치와 의미를 곱씹으며 일상을 벅찬 희열과 기쁨으로 이어가는 이들도 있다. 짐 자무쉬의 (2016)과 코고나다의 (2017)가 소개하는 인물들이 바로 그 흔치 않은 행운의 주인공들이다.미국 뉴저지 주의 소도시 패터슨에서 사는 패터슨(아담 드라이버)은 패터슨 시내를 가로지르는 23번 시내버스를 운전한다. 오전 여섯
촉불과 손정지용 그대의 붉은 손이바위틈에 물을 따오다,산양(山羊)의 젓을 옮기다,간소(簡素)한 채소(菜蔬)를 기르다,오묘한 가지에장미(薔薇)가 피듯이그대 손에 초밤불이 낳도다. ‘바위’는 ‘부피가 매우 큰 돌.’을 말한다. 예문으로는 ‘산을 오르다가 바위에 기대어 잠시 쉬었다. 나는 얼핏 정신을 차리고 독수리 부리처럼 삐죽한 바위에 걸터앉아 수통의 뚜껑을 닫고 있던 중대장을 쳐다보았다.≪안정효, 하얀 전쟁≫’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바위<바회<석상>’이다.‘간소한’의 ‘간소하다(簡素--)’는 형용사이며, ‘간략하고 소박하다.’의 의미이다. 예문으로는 ‘우리는 저녁을 간소하게 차려 먹었다. 소찬을 먹고 물을
촉불과 손정지용 고요히 그싯는 손씨로방안 하나 차는 불빛!별안간 꽃다발에 안긴 듯이올뺌이처럼 일어나 큰눈을 뜨다. ‘촉불’의 ‘촛불’은 ‘초에 켠 불’이며, ‘촉화(燭火)’라고도 한다. 예문으로는 ‘방 안에는 백동 촛대에 눈물을 흘리며 촛불이 타고 있었다.≪박경리, 토지≫ 촛불은 스며드는 바람에도 꺼질 듯 가물거렸으나 쉽사리 꺼지지 않았다.≪최인호, 지구인≫’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촛불<춋블<석상>←쵸+-ㅅ+블’이다.‘고요히’는 ‘조용하고 잠잠하게.’의 의미이다. 예문으로는 ‘그의 한마디로 교실 안이 고요히 가라앉았다. 신부는 여전히 한 폭 그림같이 고요히 서 있다.≪한설야, 탑≫’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고요히<
“그렇게 해서, 나는 내가 되었다”로버트 와이즈 감독의 걸작 뮤지컬 영화 (1965)에서 폰 트랩 대령의 큰 딸 리즐은 열여섯의 나이에 첫 사랑에 빠진다. 집안 식구들 몰래 빗속에서 춤추며 “나는 열여섯, 곧 열일곱”을 부르는 소녀의 뺨은 발그레하고, 두 눈은 미래에 대한 기대로 별처럼 반짝인다. 하지만 정작 열일곱의 실제 삶은 어떨까. 번역 제목마저도 과격한 켈리 프레몬의 (2016)와 매력적인 여배우에서 출중한 감독으로 변신한 그레타 거윅의 연출 데뷔작 (2017)는 많은 이들의 기억 어디쯤엔가 남아있는 열일곱 살의 시간을 신랄하게, 익숙하게 증언한다.“난 왜 이 모양이지? 나도 내가 싫어!” 매일 아침 거울 속에서 확인하게 되는 그 얼굴
蘭草 정지용 난초(蘭草)닢은‘들어난/드러난’ ‘팔구비/팔굼치/팔꿈치’를 어쨔지 못한다.난초(蘭草)닢에적은 바람이 오다.난초(蘭草)닢은칩다. ‘드러난’의 ‘드러나다’는 ‘가려 있거나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되다.’의 의미이다. 예문으로는 ‘여름옷이지만 그 옷은 어깨가 너무 드러난다. 창백해진 얼굴에 기미가 더 드러나 보였다.≪황순원, 움직이는 성≫ 불빛에 환히 드러난 아버지의 얼굴. 이마엔 굵은 주름살이 몇 개 깊숙이 패어 있었다.≪이동하, 우울한 귀향≫’ 등이 있다. 변천 과정은 ‘드러나나<드러나다<구방>←들-+-어+나-’이다.한
蘭草 정지용 난초(蘭草)닢은 차라리 수묵색(水墨色).난초(蘭草)닢에 엷은 안개와 꿈이 오다.난초(蘭草)닢은 한밤에 여는 담은 입술이 있다.난초(蘭草)닢은별빛에 눈떴다 돌아 눕다. ‘난초’는 ‘난초과의 식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뿌리가 굵고 잎은 홑잎이며, 꽃은 좌우 대칭이고 열매는 삭과(蒴果)이다. 450속 1만 5000여 종이 알려져 있다. 열대 지방이 원산지이다.‘닢’의 ‘잎’은 ‘식물의 영양 기관의 하나’이다. 줄기의 끝이나 둘레에 붙어 호흡 작용과 탄소 동화 작용을 한다. 대개 녹색으로 모양은 넓적하고 잎몸, 잎자루, 턱잎 따위로 이루어
“괜찮지 않다고 말해도 괜찮아”‘애늙은이’라고 불리는 존재들이 있다. 분명 아이인데 어른만큼 아니 어른보다 더 속이 깊다. 혹은 어른도 감당하기 벅찬 과제를 떠안고 분투한다.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닉 혼비 원작을 영화화한 폴 웨이츠, 크리스 웨이츠의 유쾌한 영화 (2002)와, 패트릭 네스의 소설을 스페인 출신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이 연출한 판타지 영화 (2016)의 소년들도 그렇다. 그들에게는 아이지만 어른 같은, 아이도 어른도 아닌 어중간한 자리에서 펼치는 외로운 투쟁을 응원하고 함께 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척 보는 순간 느낌이 온다. 무리 속에 끼어있어도 유독 눈에 띄게 만드는 그 무엇이 마커스(니콜라스 헌트)에게는 있다. 또래 아이들 누구도 입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