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3월을 맞으며―그 봄이 다시 찾아 왔습니다.만세소리 메아리치던 3월.온 겨레가 만세를 불렀습니다. 가슴을 에이는 마지막 유서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그로부터 102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한 세기(世紀)하고도 두 해, 오늘 우리는 다시 그 3월을 맞이합니다. 1919년 봄, 온 겨레가 하나 되어 삼천리 방방곡곡에서 일어났던 기미만세운동 얘기입니다.3월 1일 서울 탑골공원에서 시작된 “대한독립 만세!” 함성은 전국으로 메아리쳐 일본제국주의의 총칼 아래 신음하던 1700만 겨레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었습니다.3·1운동은 1910년 일본제국주의의 대한제국 국권 피탈(被奪)이 주요인이었지만 동경에 유학 중인 학생들 400명의 ‘2·8독립선언’에 이어 미국
명절에 대한 소회―좋은 전통은 이어가고불합리한 전통은 바꾸는국민적 지혜가 있어야 합니다. 사회 지도층의 의식 전환이반드시 필요 합니다―“귀성을 자제하세요,” “다섯 사람 이상 자리를 함께 하지 마세요.”라는 정부의 간곡한 당부가 있었기에 범국민적 대사인 설 명절이 전 과는 다른 대로 그럭저럭 지나갔습니다.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코로나19 ‘덕분’에 주부들의 수고가 예전 같지는 않았다는 후일담도 들리니 다행이긴 합니다.조상에 대한 제사(祭祀)는 천지신명이나 죽은 이의 넋에 제물을 바침으로써 정성을 표하는 살아 있는 후손들의 도리입니다.우리나라의 가례는 고려 말 중국에서 들어 온 주자가례(朱子家禮)가 기본이 되어 오늘에 행해지고 있습니다. 주자가례란 송(宋)나라
설날의 수난―유구한 역사를 가진민족의 명절 설날,숱한 수난 속에서도 살아남은 축제입니다.모두가 즐거운 축제가 되려면―한 가족이라도 주소가 다르면 5인 이상 자리를 함께 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10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올 설 명절 우리 국민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입니다. 좀체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가 불러 온 2021년 대한민국 설 풍속도입니다.추석과 함께 우리 민족 2대 명절의 하나인 설날은 19세기 말 양력(陽曆)이 이 땅에 들어오지 않았던 시절까지만 해도 한해를 시작하면서 만백성이 함께 즐기던 범민족축제였습니다.설날의 유래는 멀리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일연의 ‘삼국유사’에 ‘신라 비처(毗處)왕 때인 488년 정월 초하룻날 설을
소국과민―나라가 크다고 해서국민이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작은 것이 아름답다.” 문제는 지도자들에게달려있습니다―무릉(武陵)에 사는 한 어부가 배를 타고 가다가 복숭아꽃이 만발한 도화림(桃花林)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어부는 당황한 끝에 산 속에 뚫리어 있는 동굴을 따라 들어가다 보니 그야말로 꿈같은 별천지가 펼쳐져 있었습니다.맑은 햇볕 아래 산과 들은 아름답고 잘 정돈된 마을에는 기름진 논과 밭이, 연못가에는 뽕나무, 대나무가 아름답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닭 우는소리, 개 짖는 소리 한가롭게 들리고 신선 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평화롭고 즐겁게 살고 있는 낙원의 모습이었습니다.그들은 낯선 사람을 보자 놀라면서 “우리는 오래 전 진(秦)나라에서 전란을 피해 이
미국 대통령―세계 초강대국 미국에새 대통령이 취임했습니다.부디 바라건대 세계 평화와 한·미관계의돈독한 발전을 기대합니다―2021년 1월 20일 전 세계의 시선이 일제히 미국의 수도 워싱턴D.C로 쏠렸습니다. 이날은 미국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쓰는 조 바이든(Joe Biden·78) 제46대 대통령이 공식 취임하는 날입니다.오늘 날 전 세계 최강의 나라 미국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영향을 받지 않는 나라가 없을 만큼 정치, 경제, 군사 등 모든 면에서 막강한 힘을 행사하는 초강대 국가인 만큼 모든 시선이 워싱턴으로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1789년 조지 워싱턴이 초대 대통령에 취임한 이래 미국은 232년 만에 마흔 여섯 번 째 대통령을 맞았습니다.201
희망의 끈―코로나19에 역대급 한파,그러나 봄은 옵니다.지금 비록 고통스럽다 해도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안됩니다―코로나19 공포로 가슴을 졸이며 맞이한 2021년 새해는 벽두부터 몰아닥친 북극 발 한파로 전국이 냉동고처럼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날씨가 추워 땅이 얼고 전염병까지 창궐하니 국민들의 마음 또한 어둡기는 마찬가지 입니다.기상청의 분석으로는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은 것이 한파의 원인이라고 하지만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 국민으로서는 “하늘의 조화가 그런가 보다”할 뿐이요, 다른 무엇을 탓할 겨를도 없이 그저 고통을 감내할 따름입니다.예년 같으면 춥다고 해봤자 한강 일부가 언 것이 전부였는데 이번에는 전에 본적이 없던 쇄빙선(碎氷船)마저 등장해 얼음을 깨는
2021년을 맞으며―신축년 ‘흰 소띠해’가 시작됐습니다.새롭게 맞이한 새해,코로나19 물러가고 산적한 어려운 일들을국민적 지혜로 풀어야 합니다―서기(西紀) 2021년 새해입니다. 우리 민족 고유의 역(曆)으로는 단기(檀紀) 4354년이요, 불기(佛紀)로는 2565년입니다. 엎드려 절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예년 같으면 나라마다 축포를 터뜨리면서 환호성으로 맞이했을 첫 새벽인데 올 해는 전 세계로 번진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숨을 죽인 채 매우 조심스럽게 한 해를 시작합니다. 간지(干支)로 신축년(辛丑年), 띠로는 소띠 해, 그것도 보통 소가 아니라 ‘흰 소’띠 해입니다.소는 우리 민족과 함께 해온 긴밀한 동물입니다. 중국의 역사서 위지(魏志)
눈먼 거북이―2020년이 저물었습니다.코로나19로 온 국민이고통을 당한 한해, 하지만 다시 새해를맞을 준비를 해야합니다―넓고 넓은 망망대해(茫茫大海), 천길 바다 깊은 곳에 앞을 못 보는 장님거북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거북은 100년에 한 번씩 수면으로 떠올라 바깥세상을 둘러보고 숨을 쉬고는 다시 바다 속 깊은 곳으로 돌아갑니다.끝없이 드넓은 바다에는 구멍 뚤 린 널빤지가 물결치는 대로 정처 없이 아무렇게나 떠다니고 있습니다. 그때 마침 수면으로 올라 온 장님거북이 운 좋게 널빤지를 만나 그 작은 구멍에 머리를 넣어 하늘을 볼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행운 중의 행운, 요행 중의 요행입니다. 이 꿈같은 이야기는 석가모니의 언행을 적은 불교경전 아함경(阿含經)
김치 종주국?―각종 사건이 시한폭탄처럼위기를 예고하고 있는 오늘,뜬금없는 한·중 김치논쟁에 우리는 과연 큰소리를칠 수 있을까요―아, 참으로 소란합니다. 한해가 저무는 어수선한 연말 분위기에 사그라들기는 커녕 오히려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날마다 확진자가 늘어나는 코로나19. 공수처법 개정을 둘러싼 여야 간의 폭언과 고함.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위원회를 놓고 빚어진 폭풍전야의 긴장감. 이 시각 대한민국은 시한폭탄의 째깍대는 그것처럼 위기감에 휩싸여 있습니다.수능을 치른 43만 명의 입시생들이 이 대학, 저 대학을 숨 가쁘게 오고 가며 합·불합격의 비정한 갈림길 앞에 애를 태웁니다.한 뿌리인 법무부와 검찰이 싸우고, 검찰 안에서 검찰과 검찰이 싸우고 이명박·박근혜
2020년이 저물다―코로나19가 블랙홀이 되어모든 것을 집어 삼킨 한 해,정상이 비정상이 되고 비정상이 정상이 된 2020년이었습니다―한해가 저물었습니다. 2020년 12월. 일 년 동안 벽에 걸려 갖가지 일정을 알려주던 빛바랜 달력, 그 남은 마지막 한 장이 유난히 눈에 들어옵니다. 어느 해라고 다사다난하지 않은 해가 있었으랴마는 올해 역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라는 정체불명의 악질(惡疾)이 블랙홀이 되어 모든 것을 집어 삼킨 한해였습니다. 한마디로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끝낸 일 년이었다고나 할까.많이 불편했습니다. 우선 마스크를 써야하는 일이 그랬고 주먹으로 악수를 대신하는 몸에 배지 않은 모든 것이 불편했습니다. 버스와 택시,
술에 취하는 까닭은―사람들은 왜, 술을 마시나.즐기기 위함인가, 취하기 위함인가.‘누구는 백약의 으뜸이라 하고 누구는 만병의 근원이라 하네.코로나여 물러가라. 에라, 만수!―1960년대 평화봉사단 단원으로 한국에 와 있던 젊은 미국인이 자신이 느낀 한국인의 술 문화를 신문에 기고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술을 마시는데 참으로 핑계가 많다”면서 이 핑계, 저 핑계로 술을 마시는 것이 신기했다”고 쓴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술이 떨어지면 안주가 남았으니, 술 한 주전자 더 가져 오시오”하며 술을 시키고, “안주가 떨어지면 술이 남았으니 안주 좀 더 가져오시오”하고 계속 구실을 달아 술자리를 이어간다”고 우리 술꾼들의 음주문화를 꼬집은 것입니다.아닌 게
“같이 갑시다”―민주주의의 모범국 미국,그 나라가 추태를 보입니다.‘아메리카 퍼스트’는 간데없고 외나무다리에 선 권력.그 끝이 허망합니다― 미국에서 서부개척이 한창 이던 1800년대 중반 빌리 더 키드(Billy The Kid)라는 전설적인 총잡이가 있었습니다. 21살에 죽을 때까지 그의 총에 희생된 사람은 모두 21명. 서부 사에 전해 오는 최고의 살인 기록입니다.1859년 뉴욕에서 출생한 그는 아버지를 잃고 가난한 어머니를 따라 멀리 남부 뉴멕시코로 이사했는데 마을 불량배가 어머니를 성폭행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분개하여 흉기로 그를 찔러 죽임으로써 복수를 합니다. 당시 빌리의 나이 12세. 그의 화려한 살인 시리즈 첫 번 째 사건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한 거인의 죽음―“마누라와 자식만 빼고다 바꾸라“던 이건희 회장.그의 변화와 혁신의지는 오늘의 삼성을 이루었고그것은 곧 신화가 되었습니다―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향년 78세를 일기로 영면(永眠)에 들어갔습니다.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쓰러진지 6년 5개월의 긴 투병 끝에 눈을 감은 것입니다.이 회장은 아버지인 이병철 선대회장이 1938년 대구 서문시장에 ‘삼성상회’라는 간판을 내 걸고 ‘별표국수’로 시작한 사업체를 오늘 날 세계적인 초일류 거대기업으로 성장시킨 불세출(不世出)의 인물입니다.아버지로부터 경영 수업을 받던 이건희 회장이 기업을 물려받아 전면에 나선 것은 1987년입니다. 삼성은 그 보다 훨씬 앞선 1969년 삼성전자를 설립해 텔레비전,
언니야, 언니야―시대의 변화속에호칭도 바뀌고 있습니다.남존여비 유교문화의 잔재가 살아있기 때문입니다.그 중에는 망발도 있습니다― 라임, 옵티머스 사건이 정치권을 뒤 흔들면서 그러잖아도 코로나19로 지쳐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더욱 불편하게 하고 있습니다.왜, 사건만 터지면 그것이 곧 여야당의 정쟁이 되고 사회 혼란의 중심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집안’인 법무부와 검찰이 맞장을 뜨는 이상한 형국에 검찰총장의 장모와 아내 이름이 뉴스를 타는 상황이 되었으니 세상이 어지럽지 않을수 없습니다. 딱한 노릇입니다.오늘은 화제를 돌려 생활 속의 호칭(呼稱)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다 보면 여기저기서 종업원을 부르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립니다.
코로나 블루―“이곳도 가지마라, 저곳도 가지마라”코로나19에서 온 스트레스로우울감이 사회를 뒤덮고 있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온갖 사건들,지금 국민들은 피로합니다―‘코로나 블루’는 코로나(Corona)와 우울감을 뜻하는 블루(Blue)가 합쳐져 만들어진 신조어입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생기면서 어쩔 수 없이 겪어야하는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합니다. 정신병은 아니지만 일종의 정신 질환이나 마찬가지가 된 것이니 그것을 병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지금 우리 사회는 코로나19 사태로 크나큰 혼돈에 빠져 있습니다. 일상이 크게 바뀌어 정상이 비정상이 되고, 비정상이 정상이 되어 있으니 국민 모두의 삶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사람이
다시 추석을 맞으며―2천년을 이어 온 민족의 명절코로나19 심술에 부모님은“얘들아, 오지마라,”말리고 자식들은 대답합니다.“불효자는 옵니다”라고―코로나19 와중에 2020년 추석을 맞았습니다. 설날과 함께 우리 민족 양대 명절중의 하나인 추석은 멀리 신라시대로 부터 2천여 년을 변함없이 전해오는 민족 고유의 축제입니다.추석은 한가위, 또는 중추절(仲秋節), 가배일(嘉俳日)로 부르기도 하는데 한가위의 ‘한’이란 ‘크다’는 뜻이고 ‘가위’란 가운데를 나타내는데 길쌈을 가배라 부르다가 가위로 변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가위는 8월의 한 가운데 있는 ‘큰 날’이라는 뜻입니다.삼국사기에 보면 신라 3대 유리왕 9년(琉璃王 AD32) 추석 한 달 전, 경주의 여자들을
백구과극―화살처럼 빠른 세월 속에즐거운 추석을 맞이합니다.코로나19 확산이 걱정되는 명절 제발 탈 없이 잘 넘기도록기도합니다―백구과극(白駒過隙)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글자를 풀자면 흰 白, 망아지 駒, 지날 過, 틈 극 隙이니 ‘흰 망아지가 쏜살같이 달려가는 모습을 문틈으로 본다’는 뜻입니다. 풀이 하건대 빠른 세월에 인생의 덧없음을 한탄하는 글입니다.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유후세가(留侯世家)’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인생이란 마치 흰말이 달려가는 모습을 틈새로 보는 것처럼 순식간이다. 어찌 스스로 괴로워하는 것이 이와 같음에 이르겠는가.”그처럼 백구과극은 평소에는 빨리 지나가는 것을 느끼지 못하지만 뒤돌아보면 비로소 세월이 매
경신대기근―자연재해는 막을 수 없어도대비를 잘 하면 피해는줄일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일수록 국민적지혜가 필요합니다―50일이 넘는 기록적인 긴 장마에 이어 8호 태풍 바비(BAVI), 9호 태풍 마이삭(MAYSAK)에 다시 10호 태풍 ‘하이선(HAISHEN)’이 뒤따라 와 도시, 농촌 할 것 없이 마구 피해를 안겨주면서 지금 한반도는 복구 작업으로 한바탕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그것도 열흘 남짓한 짧은 기간에 몇 개의 태풍이 꼬리를 물고 잇달아 오다니, 코로나에 장마에 “눈 위에 서리 온다”는 설상가상(雪上加霜)이 바로 이런 것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기나긴 역사를 돌아보면 재난을 만나 백성들이 수난을 당한 사건이야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이지만
폐하, 상소문입니다―왕조시대 상소문을 본뜬현대판 상소문 시무 7조.“가슴속이 뻥 뚫렸다”는 사람들과 “별것 아니라”는 사람들로인터넷이 뜨겁습니다―“塵人(진인) 조은산이 시무 7조를 주청하는 상소문을 올리니 삼가 굽어 살펴 주시옵소서.” 지난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올리는 글’이 올라와 파문을 일으키며 인터넷을 달구고 있습니다.지난시절 왕조시대의 상소문 형식을 본뜬 글은 첫날 하루 만에 답변 기준선인 20만 명을 훌쩍 뛰어 넘어 사흘 만에 40만을 육박하는 동의를 얻었고 이내 시중의 뜨거운 이슈가 되어 가타부타 논쟁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원고지 70장 분량, 1만4000여자에 달하는 장문의 글은 실제 우국충정의 신하가 기울어 가는 나라 임
잊고 싶은 과거라서―치욕을 당했다면그것을 기억하는 것이 도리.가슴속에 맺힌 한을 아무 일 도 없었던 듯 잊는다?역사에 대한 배덕입니다―그 날도 전과 다름없이 거리는 평온했습니다. 다른 것이 있었다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일본 순사와 헌병들이 길목에 서서 경계를 펼치는 것 말고는 별 달리 다른 모습은 없었습니다. 1910년 8월 29일, 대한제국의 수도인 한성(漢城)의 풍경은 그랬습니다.이튿날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는 “모든 소란이 한성에서부터 시작되는데 한성이 조용하니 다른 지방도 걱정 할 것이 없다”고 크게 보도했습니다.그런데 그와 같은 평온은 이미 1주일 전 창덕궁에서 열렸던 어전회의(御前會議)에서부터 예견되었습니다. 국가의 존망이 걸린 중차대한 회의